삶이 일정한 틀에 박혀 있다 보면 아무래도 주식 같은 재테크를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
신분이 안정된 직장인의 경우, 직급에 따른 차이는 있어도 신용대출로 5천에서 1억 정도의 마이너스 통장은 만들 수 있고,
일부 전문 직종의 경우 많게는 연 소득의 200%까지도 신용대출이 가능하다.
또 저축은행이나 장기 카드대출만으로도 몇 백에서 일이천 정도는 어렵지 않게 빌릴 수 있다.
하지만 빌린 돈으로 주식에 베팅한 번 크게 해보자 마음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빌린 돈으로 주식을 하겠다는 사람 열 명 중에 여덟아홉 명은 정년이 코앞에 다가올 때까지 변변한 집 한 칸은커녕, 직장 생활을 수십 년 하고도 빚만 잔뜩 지게 돼 이제 갓 들어온 신입 직원보다도 못한 신세가 될 수 있다.
2021년 9월 기준으로 개인이 증권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외상으로 주식을 산 잔액이 26조가량 되었다고 한다.
이를 “미수거래”라고 하는데, 주식을 구입한 날짜를 포함해서 3일 안에 이 금액을 입금하지 못하면 4일째 되는 날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증권회사에서 반대매매, 즉 전날 증권 시장에서 그날 마지막에 이루어진 가격에서 15-20%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강제 처분하게 되고 그래도 미수 금액이 있으면 연체이자를 내게 된다.
이런 미수거래뿐 아니라, 자기 주식을 담보로 해서 8~9%대의 고금리로 받은 신용대출도 2020년 말 기준으로 19조가량 되었는데, 이는 '코로나 19'기간 중 국민에게 나눠준 긴급재난지원금 13조 원 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어쩌다 주식시장이 멀쩡하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빚까지 내어 뛰어드는 도박판이 되었을까?
여기에는 수시로 말을 바꾸며 주식투자보다는 강의 팔이로 큰돈을 버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주식 전문가라는 일부 사람들은 특정 주식을 가지고 ‘곧 반등할 것이다. AA 회사 적정주가는 12만 원.’이라면서 저 높이 목표주가를 제시하다가도 주가가 빠지기 시작하면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면서 ‘바닥이 확인될 때까지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할 시점이다.’라고 말을 바꾼다.
이런 전문가 말만 믿고 움직이면 손해는 모조리 믿고 움직인 사람의 몫이다.
또한 시장이나 여론이 아직 섣불리 매도할 타이밍은 아니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본인 판단에 여론의 예상을 반대로 실행되는 측면이 있다고 보아 더 내려갈 줄 알고 팔아 치워놓고는, 오히려 그 뒤로 계속 오르니까 이젠 미수까지 써가면서 부랴부랴 추격 매수에 나서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다.
급락한 종목의 차트를 보고 이때다 싶어 과감하게 올 베팅을 한다는 게 물려버려 한 번에 말아먹는 경우도 있다.
또 ‘동전 주’라고 불리는 몇백 원짜리 주식의 경우에는,
여기서 떨어져 봐야 얼마나 더 떨어지겠냐며, 더 이상 손해 볼 것까지는 없지 않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잃어버린 셈 치고 있지 뭐. 혹시 또 알아? 만약 잘 돼서 10배 오르면 이번 기회에 빚까지 싹 정리해 버리게..”.
하지만 그렇게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주식도 가치가 있어야 아끼는 물건처럼 계속해서 들고 갈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되지, 그렇지 않으니까 여차하면 치고 빠질 생각만 하게 된다.
주식이라는 게 그렇다. 팔고 나면 왠지 허전해지고,
그렇다고 가지고 있다가 계속 내려가면 더 빠질까 봐 불안하고,
또 올라가면 올라간 대로 이쯤에서 조정이 들어올 것 같아 지레 팔아치우고.
이렇듯 나 자신만 이래저래 감각에 의지해 샀다 팔았다 하기를 반복하며 남의 장단에 놀아나다가 서서히 가랑비에 옷이 젖어 버리게 된다.
장기전으로 가면 되지 않겠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주식은 10년 20년을 내다보고 길게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긴 호흡으로 가져갈 주식을 골랐어도 주식이 계속 하락하게 되면 계속 갖고 가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떨어지면 더 떨어질 것 같은 생각으로 늘 신경이 곤두서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가진 주식이 어느 정도 오른다 해도 만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종목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지간히 오르지 않고서는 좀처럼 만족을 못 한다.
올라도 더 많이 오른 다른 주식과 비교되어 상대적인 불만이 생긴다.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월급으로 집값이니 노후 대비 충당하긴 글렀으니, 빚까지 내가며 하는 주식이 답이다."라고..
하지만 빨리 깨져서 박살이 나는 데는 최고의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빚까지 내가며 하는 주식을 정리할 마음을 먹었다면,
“그동안 손해 본 금액에서 다만 얼마만이라도 찾고 난 다음에 그만두겠다"라고 하는 미련은 그만 접어야 한다.
왜냐하면 주식으로 잃은 돈에 집착하고 본전 생각에 한이 맺히게 되면, 어떻게든 이를 만회하겠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욕심을 더 키우기 때문이다.
손해에 집착하면 계속해서 손해만 끌어당길 뿐이다.
2020년도 20대 남자의 주식 회전율이 전체 평균 35%를 훨씬 웃도는 68%에 이르렀다고 한다.
100만 원가량의 주식으로 6,800만 원어치의 매매를 했다는 것인데,
20대의 주식 평가 잔액이 평균 500만 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1년 동안 3억 원이 훌쩍 넘게 거래를 했다는 말이 된다.
당연히 거래 비용 또한 엄청났다는 것이고.
가진 돈이 몇 백 정도 되는 소액인 상태에서 돈을 벌려다 보니 미수까지 써가면서 당일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대의 지난해 주식 수익률은 3.8%로 모든 연령대에서 꼴찌를 기록했으며 그다음으로 30대 남자의 수익률이 11%를 차지했다고 한다.
농사도 같은 작물을 여러 번 심어봐야 언제 심어서 언제 어디다 내다 팔지가 눈에 들어오게 된다.
이거 심었다 저거 심었다를 번복하다 보면 품만 많이 들고 뭐 하나 제대로 된 콩깍지 하나를 못 건지게 되는 것이다.
도박에 빠진 사람이 손가락이 없으면 발가락으로 하고 그 발가락마저 없으면 손목을 써서라도 한다고 하듯, 욕심이 없던 사람에게도 욕심이 일어나게끔 만드는 시장에 들어와서, 막상 돈을 번다고 하더라도 고작 은행 이자 보다 조금 나은 몇 프로 정도 수익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연 성이 차서 만족을 할까?
오늘 하루에만 30%가 올라 상한가를 맞기라도 하게 되면 내일도 한 번 더 상한가를 쳐서 끝도 없이 먹고 싶어 지는데, 과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바닥에서 절제력을 유지하고 자신만의 원칙을 뚝심 있게 가져가겠냐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주식 시장은 무엇보다 ‘따는 것보다 잃지 않으려고 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러니 빚을 져가면서까지 주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불행의 씨앗을 뿌리고 있구나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