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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우 Chociety Mar 15. 2023

돈을 빌려주면 돈도 잃고 사람도 잃는다

빌려준 돈이 있을 때, 중간에 한 번씩 얘기하지 않고 잠자코 있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돈을 돌려달라는 말을 꺼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전화 한 통 하는 것도 마치 그 돈 때문에 일부러 연락하는 것 같아 불편하게 느껴진다.

상대방도 “나보다 형편이 나으니까 좀 더 기다려 주겠지.” 하고는 무심코 시간을 끌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자주 어떻게 돼가고 있냐고 물어보고 확인해야 상대방도 “이대로는 넘어갈 수 없겠구나” 하는 부담을 느끼게 되고, 법적인 증거로서의 기록도 남길 수 있다.

그렇지 않고 그냥 때 되면 알아서 주겠지 하고 계속 기다리다 보면, 그 돈을 처음 목적과는 다르게 다른 곳에 써버려 아예 몽땅 잃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살다 보면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수 있어 돈 거래를 절대 하지 않겠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또 가까운 사이일수록 아무리 형식적이라도 차용증 하나 써달라고 하기가 껄끄러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돈 문제로 잘못 얽히면 치사하고 기분 나쁜 관계로 끝날 수 있다.

수중에 여유 돈이 있을 때 상대에게 아예 그 돈을 준다는 마음으로 도와주지 않는 이상 말이다.

따라서 아무런 담보나 안전장치 없이, 그 돈이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 상대방의 말만 믿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의 무책임한 거래는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투명하게 담보를 제공하고 차용증을 써줄 마음도 없으면서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면, 이는 자신이 처한 불행을 나눠 갖자고 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이런 사람은 남이 나중에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자기 사정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한 번은 주변에서 꽤 큰 금액의 돈을 빌려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지인에게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지 조언을 구했는데,

지인 중에는 돈 얘기가 나오면 이렇게 말하라고 권하는 사람도 있었다.

"최근에 나도 상황이 어려워져서 얼마 전부터 다른 사람의 돈까지 빌려 쓰고 있다"는 식으로.

또는 "나는 평소에 돈을 직접 관리하지 않고 부모님이나 아내가 돈을 관리해서, 나는 용돈만 받아 쓰는 입장이다"라고 말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어렵다면,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럴 때는 이 일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가족의 운명까지 걸려 있다고 생각하면 더 신중하게 행동할 수 있다.

또한 '돈을 빌려주는 일'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항상 들고 다니는 휴대폰을 아침 출근길에 잃어버렸을 때의 심정을 떠올려보라.

어떻게 하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빠졌는지, 전철에 두고 내린 걸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20여 분이 지난 후다.

이때부터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허전함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계속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으니, 지금 어디서 어떻게 돌아다니고 있는지 답답하고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아침부터 그 휴대폰 하나 때문에 신경이 쓰여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처음에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기다리기도 한다. 하지만 반나절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걸 주운 사람이 돌려줄 마음이 없으면 되찾을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돈도 이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겪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상대가 돌려줄 마음이라도 조금 있으면 그나마 전화 통화라도 한 번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기막힌 사정을.

그리고 그 돈을 아예 못 받거나 아니면 그중 일부만이라도 받기 위해 노심초사해야 한다는 현실까지도.

그래서 “돈을 빌려주면 돈도 잃고 사람도 잃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자세히 알게 된다.

물론 소송이라도 해서 찾아오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그때 가봐야 아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게 승소 판결문을 받아놔도 상대방 앞으로 된 재산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현실에 실망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또 천만다행으로 그런 재산이 있더라도 그 돈을 다시 되찾아오려면 상당한 인내심과 비용을 쏟아야 한다.

그러니 ‘그냥 줘도 상관없는 액수’가 아니라면, 잃고 싶지 않은 돈은 애초에 빌려주지 않는 것이 좋다.

돈도 잃고 사람도 잃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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