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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우 Feb 26. 2023

돈을 빌려주는 순간, 당신은 을이 된다

채무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법

돈을 빌리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주변 사람에게까지 돈을 빌리려고 하는 것이다. 은행은 받을 수 없는 돈은 빌려주지 않는 기관이다. 은행이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돈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뜻일 수도 있다. 즉, 나에게도 갚을 돈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최근에 돈을 빌리고 갚은 적이 있었다면, 그것은 다음에 더 큰돈을 빌리기 위해 미리부터 치밀하게 계획한 각본일 수도 있다는 점을 한 번쯤 의심해 보아야 한다.

만약 이런 의도를 가진 사람이 실제로 나에게 돈을 빌리면 어떻게 될까? 그 사람이 시일이 지나도 돈을 갚지 않게 되면 처음에는 이자는 됐으니 원금이나 빨리 갚으라고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여의치 않게 되면 다만 얼마라도 건지고 싶은 마음에 원금의 절반이나 그 이상도 깎아주겠다며 오히려 내 돈을 빌려간 사람에게 사정하다시피 매달리게 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사업을 하다가 법적인 문제로 추징이나 손해배상 같은 소송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해 나머지 재산은 다른 가족이나 지인들 앞으로 돌려놓는다는 점이다. 통장도 남의 것을 빌려 쓰기 일쑤이고, 결국 일이 잘못되더라도 찾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마저도 내가 찾아낼 정도면 결국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1/n(안분배당)로 나눠가져야 한다.


돈 관계에서 돈을 빌려주는 사람과 돈을 갚아야 하는 사람 중에서 과연 누가 더 유리한 위치에 있을까? 돈을 빌려주는 사람일까? 아니다. 오히려 돈을 갚아야 하는 사람이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을이 되고, 갚아야 할 사람은 갑이 되어 “채무자님”으로 신분 상승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내 돈이 건너가는 순간 상대방은 나를 철저히 통제할 수 있는 “갑”이 되고, 나는 상대방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을”의 처지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돈이 오가는 이야기를 할 때는 일이 잘 될 것만 기대하지 말고, 반대로 잘못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투자나 사업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어디에 돈을 투자하면 그 돈이 마치 그래프의 오른쪽 위로 쭉 뻗어나갈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현실은 여러 변수가 있고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단 돈이 내 손에서 넘어갈 때는 그 돈을 떼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고, 법적으로 다투더라도 되찾아올 수 있는지 꼭 따져봐야 한다. 계약을 할 때는 계약서를 꼼꼼히 검토하여 어떠한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인지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최악의 경우 투자한 돈을 모두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게만 해도 조심스러운 태도가 나오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투자금을 되찾겠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도 있다.

“조금만 더 보태주시면 사업을 성공시켜서 투자금을 돌려드릴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이렇게 꼼수를 부리는 경우이다. 그러면 돈을 빌려준 사람은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과 돈을 회수하지 못할 것 같아 다시 도와주게 된다.

하지만 처음 떼인 돈은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후에 추가로 건너가는 돈은 여기저기서 빌린 것이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을 주다가, 다음에는 적금이나 연금을 깨서 주고, 그다음에는 가족에게 빌려서 주고, 나중에는 친구나 지인에게 사정해서 빌린 돈을 주고, 마지막에는 사채까지 빌려서 주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고흐 같은 해외 유명 화가의 그림을 구해오겠다는 말에 넘어가서 경비로 2억을 건넸다가, “저쪽에서 요구하는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 몰래 세관을 통과해야 하니 따로 인사를 해야 한다. 중개인에게 추가로 돈을 더 줘야 한다.”라는 온갖 변명과 구실에 휘말려 결국에는 200억이라는 전 재산을 날린 사례도 있다. 소송 끝에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문을 받아놨다고 해도, 상대방 명의로 된 재산이 없다면 아무것도 건질 수 없다. 

“조금만 더 도와주면 이전 것까지 모두 해결해 주겠다”는 말에 속지 말라. 한 번 더 속는 셈 치고 밀어주거나 두 배로 갚겠다는 말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권투 경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운 나쁘게 상대의 주먹이 턱에 한 번 제대로 꽂히면, 순간적으로 머리가 핑 돌면서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된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회복이 되기 때문에 한 번의 충격으로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싸울 수 있어 기회가 다시 찾아온다. 그런데 연거푸 원투 스트레이트 펀치를 맞게 되면 쉽게 회복하지 못해, 심판이 하나에서 열까지 카운트를 다 세는 동안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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