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스오트 연남-그릭요거트
혼자하는 외식은 메뉴도 장소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어서 편하다. 요즘 엄마표 그릭요거트에 맛 들려서 매일 먹고 있는 내가 먹킷리스트에 올려둔 #땡스오트 도 동행인이 있었다면 고르지 못했을 것이다. 일반적인 점심메뉴라 하기엔 다소 부실한 모양새이기 때문에. 물론, 맛과 영양은 좋지만!
이런 걱정 없이 가벼운 맘으로 주문한 메뉴는 #블루나잇 이다. 블루베리, 그래놀라, 그라나파다노 치즈가루, 아가베시럽이 들어있는 요거트인데, 처음 받고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재료 없이 색감은 칙칙하기만 했고, 무엇보다 양이 너무 적다 싶었다. ‘에잇,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평범하네’ 실망하며 갖고 있던 다노단백질바를 넣어 급한대로 #블루나잇프로틴 을 자체 개발했다.
그릭요거트와 그래놀라, 단백질바가 만나니까 그야말로 고소함의 향연이었다. 단백한 고소함, 달콤한 고소함, 짭조름한 고소함이 입안 가득 채웠다. 식감도 부들부들, 꾸덕꾸덕, 바삭바삭의 조화에 먹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조금 느끼해진다 싶으면 블루베리 하나 집어 톡톡 터뜨려 먹으니 상큼한 맛이 더해졌다.
맛도 맛이지만 단출한 한그릇 식사가 속은 물론,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워준 비결은 단순의 미학에 있지 않았나 싶다. 무늬 하나 없이 정갈한 우드 식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의 조화, 유일한 인테리어 소품인 초록 화분들의 생기.
이곳은, 처음에는 ‘뭐가 이렇게 맛이 슴슴하고 인테리어도 밋밋해?’ 생각 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공간에 물드는 느낌을 받는 곳이었다. 결국 내 마음도 차분해져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장을 펼쳤다. 한장 넘기고, 한입 먹고, 또 한장 넘기고, 다시 한입 먹고..
그렇게 천천히 시간의 흐름을 음미하다보니, 양이 적다고 실망했던 한 그릇을 무려 40분에 걸쳐 비웠다. 잠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식당에 들렀다 나온 듯 아득해졌다. 특별할 것 없다고 치부했던 그 맛이 두고두고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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