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엄마들 사이에서는 영재 검사가 유행이다. 일반적으로 웩슬러 지능검사를 하는데, 이외에도 간단히 지문만으로도 적성이나 지능을 알 수 있다고도 한다.
검사도구가 뭐가 됐든, 요즘 엄마들(특히 강남지역의 엄마들)은 빠르게는 3,4세에서 늦어도 7세면 지능검사를 마친다. 물론 엄마들이 지능검사를 하는 명목상의 이유는 적성 혹은 성향 확인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지능검사 후에 부모의 뇌리에 가장 크게 남는 것은 '지능 점수'인 것 같다.
'우리 아이는 상위 몇 프로의 아이인가.'
물론 아이의 성향이나 적성을 이른 시기에 파악하여 강점은 개발하고 약점은 보완해주는 것은 좋다. 그러나 나는 요즘 이른 나이에 지능검사를 함으로써 얻는 장점보다 단점이 크다고 느껴진다.그래서 나는 지능검사를 하지 않는다.(물론 영영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때가 되면 할 것이다.)
우리 아이는 꽤나 영특한 면이 많다. 그래서 내심 영재인가(?)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가끔은 나의 이러한 '즐거운 의심'을 확인해보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우리 아이가 지능검사에서 바람대로 높은 점수를 받는다면 어떨까. 아마도 누구나 그렇듯 나 또한 아이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강점을 발달시켜줘야 한다며, 결국에는 내 아이를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키우지는 못할 것만같다.
또 반대로 우리 아이가 지능검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면, 나도 사람인지라 분명 실망하고 속상해할 것이다.(내 자식의 지능이 낮다는데 기분 좋을 부모는 없으니) 그리고 오히려 내 아이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생길 것만 같다.시작도 하기 전에 '이런건 못하지 않을까? 관심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
물론 정확한 수치를 확인해서, 강점을 반드시 개발시켜줘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천재'적인 아이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지능 검사를 하기도 전부터 어느 정도 직감할 수 있다. 물론 우리 아이는 '천재'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또한 영재 검사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나는 우리 아이의 유아기는 수치화된 적성과 성향으로 기르기보단 좀 더 자연스레, 있는 그대로, 키워보고 싶다. 내 아이의 지능, 적성, 성향을 꼭 수치화시키지 않아도, 대부분의 엄마라면 이미 꽤나 많은 것들을 알고 있지 않은가.유치원에서 배워 온 노래가 재밌어서 몇 날 며칠을 불러대면, 같이 피아노를 치고 계이름을 알려주며.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아이와 함께 온갖 자동차 책을 함께 읽고, 자동차에 관련된 전시회를 섭렵하며.
알고 보니 우리 아이는 음악에는 전혀 재능이 없으면 어떤가? 또 알고 보면 우리 아이는 자동차와는 전혀 관련 없는 문과 성향의 아이면 어떤가?
나는 지능검사로 고작 5살 내 아이의 가능성을내 마음 속에서 한계 짓고 싶지 않다. 또한 수치화된 내 아이의 지능에 실망하고 기대하는 나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이것이 바로 내가 요즘 유행하는 영재 검사를 하지 않는 이유이다.
물론 그깟 지능검사에 한 치의 흔들림 없을 수 있는 엄마라면 두말 않고 권하겠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그런 엄마라 자신할 수 없는 지극히 평범한, 엄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