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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Jun 03. 2022

조기교육, 빨리 배우면 많이 배울 수 있나요?


오래전부터 한국은 조기교육 열풍이다. 사실 조기교육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무색할 만큼, 이제 1년 정도의 선행은 학원가의 관례가 되었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는 적게는 2년, 많게는 4년 이상의 선행을 한다. 영어의 경우 7세에 영어유치원 3년 차를 졸업하면 "일반적으로" 미국 교과서 2학년 수준을 끝낸다. 우리나라 7세 아이들이 미국의 교과서 2학년을 끝내는 것이다. 이마저도 "일반적이" 경우이고 좀 더 학습식의 경우 7세에 이미 미국 교과서 3학년 진도를 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일반적인 7세라면 한국의 초등학교 2학년 과정을 배워도 힘들 텐데, 언어는 물론 정서와 문화까지 다른 미국의 2학년 과정을 7세가 배운다.


이렇게 누구보다 빠르게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에 대한 당위성이나 타당성에 대해서도 논하고 싶지만, 조금은 진부하니 넘어가자.


차라리 좀 더 현실적으로 묻고 싶다. 이렇게 빠르게 배우면 정말 많이 배울 수 있나요?


나의 대답은 결단코 아니다.


일반적으로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5세들은 파닉스를 1년에 걸쳐서 뗀다. 하지만 7세에 파닉스를 배우면 길게 잡아도 한두 달이면 충분하다. 5세의 아이들이 파닉스를 떼는데 1년이 걸리는 이유는 인지적 능력이 충분히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고 어렵다.


그래서 나는 5세 아이들의 그 1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찬란한 1년을, 책상에 앉아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머리에 꾸역꾸역 넣는다. 그 시간에 마음껏 놀고 자유롭게 생각하며 생각의 폭과 깊이를 넓힌다면 더 좋지 않을까.






나는 학군지의 초등학교 교사로서 조기교육을 경험한 수많은 아이들을 보았다. 강남 학군지의 5학년 아이들은 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하고, 6학년 아이들은 수능 영어를 푼다. 몇몇만 그런 것이 아니라 반 이상이 그렇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에게 5학년, 6학년 수학 개념이나 원리를 물어보면 90프로의 아이들은 대답하지 못한다. 실제 시험을 봐도 높은 성적을 받는 아이는 소수다. 이 아이들은 과연 빨리 배워 많이 배운 것이라 말할 수 있는가.


우리는 조기교육의 목적을 생각해볼 때다. 남들보다 빨리 배워서 누구보다 많이 배우게 할 목적이라면, 이 길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대충 빠르게 쌓아 올린 탑은 결국에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5세에 알파벳을 쓰고 덧셈을 하면, 그 아이의 20살에는 정말 남들보다 더 많이, 깊이 알 것이라 확신하는가.



(여기서 언급하는 아이들은 대부분의 평범함 아이들을 말합니다. 상위 0.1%의 영재아를 말하는 것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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