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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Nov 11. 2022

남의 집 아이를 부탁하는 우리 어린이집 선생님

얼마 전 둘째 어린이집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워낙 자주 전화로 아이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이라, 그날도 대수롭지 않게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갑자기 나에게 어린이집의 다른 아이를 부탁하신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리 둘째에게.


사연을 들으니 우리 어린이집에 다니는 한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했다. 개인적인 일이라 구체적으로 듣지는 못했지만, 다른 아이들이 안아주거나 손을 잡기만 해도 운다고. 그런데 희한하게도 우리 둘째가 말을 걸거나 손을 잡아주면 울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도 다른 4살의 아이들과 다르게 언제나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우리 아이의 특성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하셨다. 그 아이는 집에서도 우리 둘째만 좋다고 말한다며, 아이의 엄마가 선생님께 전화했다고도 하셨다. 담임선생님은 우리 아이가 선생님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며 고맙다고 하시며, 조심스레 그 아이와 좀 더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우리 아이와 집에서도 자주 얘기 나눠 달라고 부탁하셨다.


"네 선생님 그럴게요." 하며 전화를 끊고는 한동안은 우리 아이가 대견해서 기분이 참 좋았다. 엄마로서의 나는.


 그리고 또 선생님으로서의 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교사 시절의 나는 한 아이를 위해, 다른 학부모에게까지 전화를 하여 부탁을 할 수 있는, 열정과 사명감이 있던 교사였는가.


누군가에게 부탁을 받고 이렇게 감사함을 느끼기는 또 처음인 하루로 기억된다. 소외된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준 우리 아이에게 고맙고, 이런 훌륭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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