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평소라면 그렇게까지 화내지 않았을 텐데, 아이에게 필요 이상으로 화를 냈다. 이유는 아이가 책상 위에 올려놓은 커피를 '우리 집에서 제일 비싼 전집'에 쏟아서였다. 왜 요즘 하지 말라는 행동만 하냐며 한참을 혼을 냈다. 아이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화를 내고도 분이 안 풀려 아이랑 대화도 안 하고 책만 닦았다.
그러다 혹시나 해서 cctv를 봤다. cctv 속의 아이는 처음에는 자기 책상에서 놀고 싶었는지, 조심조심 내 커피를 치웠다. 그리고 한번 더 다른 곳에 옮기다가 커피를 부어버렸다. 내가 제3자가 되어 화면을 보니,
첫째, 아이의책상에 커피가 담긴 컵을 놓은 내 잘못이 가장 컸다.
둘째, 아이는 내 생각처럼 처음부터 커피를 쏟으려던 것이 아니었다. 본인이 놀기 위해 내 커피를 치우려던 것일 뿐.
아이는 내가 그렇게 화를 낼 때에도 억울하고 슬픈 표정만 지을 뿐 변명을 할 줄 몰랐고. 이후에 내가 화를 풀지 않아도 나에게 다가와 먼저 소꿉놀이를 하자고 했다.
문득 아기들은 얼마나 많은 순간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어른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혼나고.(엄마가 기분이 안 좋다는 등의 이유로) 또 그것의 부당함에 대해 반박하지 못하며. 심지어는 그 후에도 먼저 어른들을 아무렇지 않게 용서해주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누군가 아이들은 너무 쉽게 어른들을 용서한다 했다.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부모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은 또 너무 쉽게 잘못을 저지르고 반복한다.
오늘 나는 몇 번이나 나의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물론 아이는 늘 그렇듯 나를 용서해주었다. 그리고 이 날은 cctv를 단 이후로 가장 큰 소득을 얻은 날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