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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Sep 18. 2023

아이의 수저통에 쪽지를 붙이자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안녕 좋은 하루! 오늘 좋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어! 사랑해! - 내가 바빠서 쪽지를 붙이지 못한 날에 받은 쪽지였다. 이 날은 정말 좋은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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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수저통에 쪽지를 붙이기 시작한 지 세 달 정도 지난 것 같다. 그 사이에 나는 아침에 바쁘다는 핑계로 일주일에 겨우 두 번 정도 쪽지를 붙였던 것 같다. 반면 우리 아이는 “나보다 더 열심히” 내 가방에 쪽지를 넣어두었다.


그러다 며칠 전 아이의 유치원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그리곤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어머님, 아이가 어머님 쪽지를
어떻게 하는지 아세요?

아이들은 아침마다 등원하여 수저통과 물통을 사물함에 정리한다고 했다. 아이는 수저통을 정리하며 내 쪽지를 보지만, 절대 떼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는 점심시간이 시작되면 수저통을 가져와,


내가 써준 쪽지를 식판 옆에 두고,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쪽지를 다시 읽으며 밥을 먹는다고 했다.


몰랐다. 아이가 내 짧디 짧은, 이제는 할 말을 다 써서 문구도 비슷해져 버린, 쪽지를 그렇게나 좋아하는지. 돌이켜 보니 아이가 그만큼 좋았기에, 내 가방에 나보다도 열심히 쪽지를 넣어주었던 것 같다. 고작 아침 1분을 못 내서 아이에게 보내는 쪽지를 소홀히 한 것 같아 미안함이 몰려온다.


그러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이런 말을 덧붙이신다.


아이가 어머님과 사랑을 글로 주고받아본 덕인지, 요즘 저에게도 매일같이 편지를 써요.


몰랐다. 아이는 본인이 쓸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력을 동원해 편지를 쓴다고 했다. “저를 잘 가르쳐주셔서 고마워요. 선생님이 제일 좋아요. 사랑해요.” 오늘도 그 편지를 받았는데, 너무 고맙고 소중하다고.


아이가 사랑을 받고, 또 사랑을 줄줄 아는 아이여서 감사하다. 또 아이가 사랑을 표현할 수 있도록, 아이를 사랑으로 대해 주시는 선생님들께도 감사하다.


오늘은 아침에 아이의 수저통에 편지를 붙이고 왔다.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문구를 적을 수 있도록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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