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린이 해방이 아니라 영유아 해방이 먼저입니다.

Feat.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by 둥아리


요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핫하다. 최근 방영된 9화에서는 어린이를 해방시키고 싶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하며,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드라마 속에서 겨우 초등학생밖에 안된 아이들이, 제시간에 저녁밥도 못 먹어가며 공부를 한다. 아이들은 떨어지는 낙엽에도 깔깔 웃을 수 있는데, 거창한 체험학습으로 놀이시간마저 부모가 계획하여 만들어준다.


그런데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며 '세상 물정 모르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지금 강남을 비롯한 유명 학군지에서는 이미 3~4살부터 과외를 한다. 이유는 5세에 원하는 학원에 합격하기 위해서. 버젓이 인스타그램이며 인터넷 카페에 ㅇㅇ영어유치원 입시 전문과외 라며 본인을 홍보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4세는 아이들이 유명 영어유치원에 합격하기 위한 '입시 준비' 시기라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유치원에 가서도 어마어마한 숙제와 수업 진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과외는 필수다.


또 5살이면 유명 수학학원 높은 반에도 들어가야 하니, 수학 공부도 시작해야 한다. 영재교육원도 다녀야 하고 논술학원도 다녀야 한다. 영어유치원에 다니니 한글은 따로 과외도 받아야 하고, 예체능도 기본으로 1~2개는 해야 한다. 글을 쓰는 나조차도 이미 숨이 막히니, 아이들은 어떨까.


이 근방에 사는 7살 아이가 자신의 소원에 대하여 영작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아이의 소원은 '하루 종일 노는 것'이었다.


7살 아이가 하루 종일 해야 마땅한 일을 소원으로 빌어야 한다. 이 마당에 어린이 해방이라니. 나는 부디 간곡히 바라건대, 영유아 해방부터 했으면 좋겠다.


다 너를 위한 일이라고, 나중에 고마워할 거라고, 지금 안 하면 나중에 더 힘들다고,
그렇게 아이들의 '현재의 행복'은 계속해서 미뤄진다.

나는 묻고 싶다. '나중에 행복할 거라면 지금은 행복하지 않아도 되나요?'

<압구정에는 다 계획이 있다 중>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압구정에는 다 계획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