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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Dec 22. 2022

무릎에서 피가 흘러도 엄마는 간다

성인이 되고 이렇게 다치기는 또 처음이다.

나는 어려서 혼자 어린이집에 오래 남아있는걸 무척이나 싫어했던 것 같다. 짧게 짧게 남아있는 유년기 시절의 기억 속에, 엄마가 늦게 데리러 오는 날이면 많이 속상해하던 어린 내가 있다. 나의 엄마는 워킹맘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기에 나는 어렸다.


그 기억 때문인지, 나는 아이들을 하원시키는 일에 꽤나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 나는 절대 하원이 시간이 지나서 가지 않는다. 물론 일찍 보내지도 않는다. 친구들이 등원하기 전에 혼자 있던 아침, 친구들이 모두 하원한 후 남아있던 시간이 외롭고 쓸쓸했던 내 기억 때문이다.(물론 내 기억일 뿐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날도 하원시간이 다가오자,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서둘러 나가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너무 서두른 탓일 것이다.


너무 아파서 악 소리가 나왔고, 몇 초간 움직이지 못하고 바닥에 누워있었다. 보통 다친 게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일어나서 걸어진다.


그렇게 나는 절뚝거리며 아이를 데리러 가서는, 또 아무렇지 않은 듯 선생님들께 인사를 하고 아이를 데리고 왔다. 물론 속으로는 너무 아파서 울고 있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오는데, 내가 꽤나 프로페셔널한 엄마처럼 느껴졌다. 예전의 나라면, 아프다고 울며 불며 누워있었을 것이다.(엄살도 심하고 고통도 쉽게 느끼는 타입이다.)


아이를 제시간에 데려와야 한다는 사명감 혹은 집착은,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스스로 한 약속이었다. 많은 부모가 본인의 결핍을 떠올리며 육아를 한다던데, 나 또한 그렇게 육아하고 있음을 느낀 하루였다.


그날 밤 나는 까진 무릎을 보며 부모의 결핍을 채우려 육아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물론 제시간에 하는 하원 정도는 괜찮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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