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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Dec 19. 2022

5살 아이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집 앞에서 눈으로 1시간을 놀았다.

얼마 전 아이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너희가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냐고 물었다고 한다.


나는 우리 아이의 대답이 너무 궁금했다. 나는 늘 아이를 행복하게 해 주려 애쓰는데, 아이는 언제 정말 행복하다고 느낄까. 아이의 대답은 ‘눈으로 놀았을 때’였다.

나는 아이의 대답이 적힌 칠판을 보고는 처음에는 당황했다. 아이가 대답한 눈으로 논 날은, 얼마 전 눈이 왔을 때 아파트 앞에서 동생과 놀았던 날이었다.


특별한 곳을 간 것도, 특별한 것을 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 가족은 주말이면 아이와 여기저기 좋다는 곳도 많이 다니고, 특별한 체험도 많이 하는 편이다. 놀이동산, 아쿠아리움, 미술관, 키즈카페 등등. 이렇게 화려한 곳을 두고 유독 그날이 왜 그렇게 행복했을까 생각해봤다.


그날은 마침 지나다니는 차도, 다니는 사람도 없어서 자유롭게 마음껏 놀게 했었다. 집에서 원하는 장난감 몇 개를 가지고 나가서 원하는 대로, 원하는 만큼 놀 수 있게 했었다.


잠시 잔소리도 내려두고, 간섭도 하지 않고,


집이 바로 앞이니 옷이 좀 더러워져도 갈아입으면 됐고, 사람이 없으니 장난도 마음껏 쳐도 됐다. 다음 일정도 없으니 실컷 놀아도 됐고, 계획된 체험이 아니니 무엇이든 만들어도 됐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집 앞에서 놀았던 한 시간의 눈놀이가 아이에게는 행복한 순간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나뿐만 아니라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곳, 신기한 곳, 특별한 곳에 데려가 주려 많이 노력한다. sns를 봐도 그림 같은 곳에서 그림 같이 찍은 아이들 사진이 한가득이다. 하지만 어쩌면 아이들의 진짜 행복은, 자유롭게 마음 편히 놀 수 있는 공간과 여유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주에는 내가 물어봐야겠다. 이번 주에는 언제 가장 행복했니?

마지막이 우리 아이의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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