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성범죄자가 사나 보다.
얼마 전 문자가 왔길래 확인하는데, 여성가족부에서 보낸 집 근처에 사는 성범죄자의 신상 관련 문자가 와있다. 근방 2km 내에 거주한다는 그 범죄자의 얼굴과 특이사항들이 기록된 정보들이 보였다.
끔찍했다. 무서웠다. 내가 이토록 끔찍하고 무서운 이유는 나 자신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지금 딸을 키우는 엄마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이 떨어질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여러 번 얼굴을 확인하고 핸드폰 사진첩에 저장까지 했다. 얼굴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내가 처음 아이를 가진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남자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 이유는 단지 여자이기 때문에 겪는 수많은 위험과 차별이 여전히 세상에는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물론 남자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위험요소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어려서부터 여자이기 때문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각종 성범죄 들이다.
살면서 성추행 한번 안 겪어본 여자가 과연 있을까?
나는 고등학교 시절 약 2년 간을 엄마차를 타고 등하교를 했었다. 이유는 고등학교 2학년 초, 매일 타던 버스 안에서 치한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 일을 겪은 후 한동안 버스에 탈 수 없었다. 대학교에 가서도 비슷한 경험은 여러 번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여성들이 살면서 성추행 정도는 쉽게(?) 경험한다. 대중교통, 직장, 학교 등 언제 어디서든 위험은 도사린다. 그래서 나는 이런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남자아이를 갖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가진 부모가 되었다. 그리고 모든 부모들이 그렇겠지만, 나는 나의 딸을 안전하게 키우고 싶다.
그래서 나에게 온 성범죄자 알림 문자는 나에게 다양한 감정들을 교차시켰다. 두려움, 걱정, 그리고 약간의 안도감까지. 적어도 주변에 성범죄자가 산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불편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과연 20년 전의 한국과 비교했을 때, 2023년의 한국은 여자들에게 충분히 안전한가를 생각했을 때, 아직은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딸 가진 엄마들이 불안하지 않은 사회가 되길, 그래서 엄마들에게 울리는 성범죄자 알림 문자가 아주 적어지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