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째는 첫째와 달리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시시콜콜 다 말해준다. 그날도 아이는 오자마자 누구랑 무엇을 했는지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한 아이가 나쁜 말을 해서 선생님에게 혼이 났다고 했다.
자리를 이동하는 시간에 A라는 아이가 B라는 아이의 옆에 앉게 되자, A가 B에게 “난 쟤 옆에 앉기 싫어! “라고 소리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에게 혼이 났다고 말했다. 나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이에게 그런 말은 친구가 속상할 수 있으니 하면 안 되는 말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다음 날 하원길에 담임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어제 아이가 했던 이야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게 되었다. 사실 B의 또 다른 옆에는 우리 둘째도 앉아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A가 B에게 같이 앉기 싫다고 말하는 것을 듣더니, B의 눈을 마주치며
나는 네 옆에 앉는 거 좋아. 나는 너 좋아.
라고 말했다고. 요즘 우리 아이가 참 따뜻하고 예쁜 말들을 많이 해줘서, 고맙고 사랑스럽다고 말씀해 주셨다.
내가 아이에게 해주었던 말은 고작
그런 말은 하면 혼나야 해
그런 말은 하면 친구가 상처받아
너는 절대 친구에게 그러면 안 돼
그런 친구에게는 그런 말 하면 안 돼라고 말해줘
와 같은 말들이었다.
하지만 나의 아이는 나보다 훨씬 따뜻하고 다정했다. 상처받았을 친구의 눈을 바라보며, “나는 네가 좋아 “라고 말할 줄 아는 그런 따뜻하고 배려심 깊은 아이였다니. 아이가 그렇게 말하자 B와 같이 앉기 싫다던 아이도 그냥 A 옆에 앉아있었다고 했다.
누구도 탓하거나 비난하지 않고도,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다니.
역시 아이는 종종 어른보다 깊고 또 넓다. 오늘도 아이에게 나는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