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한 아이가 갑자기 노래를 흥얼거린다.
천천히 와도 괜찮아
내가 너의 곁에서 기다려줄게
난 너의 친구이니까
내가 너의 곁에서 기다려줄게
천천히 말해도 괜찮아
내가 너의 곁에서 기다려줄게
난 너의 친구이니까
내가 너의 곁에서 기다려줄게
네가 신발끈 묶을 때
내가 너의 곁에서 기다려줄게
난 너의 친구이니까
내가 너의 곁에서 기다려줄게
-기다려줄게
아이가 유치원에서 배웠다며 흥얼거린 노래에 귀를 기울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미안함, 부끄러움, 죄책감 등이 섞인 눈물이다.
아이 둘이 지독한 감기에 걸려 2주 간을 집에서 홀로 돌봐야 했다. 그 2주 사이에는 첫째도, 나도, 남편도 A형 독감에 걸렸고, 아이는 열이 39도를 넘어 40도 가까이 간 적도 있었다. 밤새 해열제와 체온계를 두고 쪽잠을 자며 아이 몸을 수 없이 닦아 주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힘들었으니 그럴 수 있다고 변명하기에는, 2주간의 내가 너무 못나서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집에 내내 있는 동안, 나는 아이들을 제대로 ‘기다려준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내내 서두르고 재촉하고 닦달하기만 했다.
빨리 씻자, 빨리 밥 먹자, 빨리 치우자, 빨리 자자,,, 빨리빨리빨리,,,
육아는 나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일이라는 말이 이토록 와닿았을 수가 없었던 2주였다. 그동안 스스로 꽤나 좋은 엄마, 멋진 엄마라고 자부했건만, 하루종일 24시간 꼬박 2주를 함께 하고 나니, 결국 나도 별 볼 일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아이라서 느리고, 아이라서 서툴고, 아이라서 어려운 일들이 더 많은 것일 뿐인데.
다시 한번 새롭게 다짐해 본다.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여유 있게, 기다려주는 엄마가 되기.
더불어 내 인격의 밑바닥을 드러내지 않게끔 해주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