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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Mar 06. 2023

5년 만의 복직, 다시 휴직하고 싶어졌습니다

이러니 애를 안 낳지


긴 휴직 끝에 드디어 복직을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돌아가는 학교라, 걱정보다는 ‘설렘’이 앞섰다. 그런데 복직을 몇 주 앞두고는, 다시 휴직하고 싶어졌다.


교사라는 직업은 부모가 되기에 더없이 좋은 직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이 한 명당 3년의 휴직이 가능한 덕에, 아이 둘을 부족함 없이 무탈하게 키워낼 수 있었다.


그래서 몰랐다. 워킹맘들이 얼마나 하루하루를 힘들게 견디며 살고 있는지를. 왜 내 주변의 그렇게 능력 있던 엄마들이 하나둘씩 퇴사를 하고 돌아서는지도 몰랐다. 그저 힘이 드나 보다, 쉬고 싶나 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우리 아이 둘이 2023년 3월부터 유치원에 입학했다.


1. 아이들의 유치원 입학일은 3월 3일, 하지만 내가 출근할 학교의 입학식은 3월 2일이다. 3월 2일 나와 남편이 출근하면 우리 아이들은 누가 보는가?(어린이집은 이미 3일 전부터 방학이다. 긴급 돌봄도 없다.)


2. 둘째 유치원의 적응기간은 총 3주로, 적응기간 동안에는 12시 또는 1시 하원이다. 물론 나는 육아시간을 쓸 수 있지만, 그래도 2시 30분 퇴근이다.(더불어 육아시간은 아직 학교장의 재량인데, 우리 학교는 주 2일은 육아시간을 쓸 수 없고, 4시 30분 퇴근이다.) 3주간 1시부터 우리 아이는 누가 보는가?


(어떤 유치원은 엄마와 함께하는 적응기간이 있기도 하고, 적응기간이 2주이기도 하고, 유치원마다 상황은 다르다고 알고 있다.)




비록 내가 복직을 하더라도, 교사라는 직업이 타 직종에 비해 얼마나 아이를 양육하기에 좋은 조건인지 알고 있다. 그러니 나는 단지 내가 아이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토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육아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교사조차 이렇게 아이를 기르기 힘든 구조라면, 도대체 다른 직종에 있는 엄마들은 얼마나 힘들게 하루를 견뎌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아이를 왜 안 낳을까. 주위를 둘러보면 알 수 있다. 아이를 낳은 부모들이 허덕이며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목격한 젊은이들은 이내 결심한다. 비혼 혹은 딩크.


유례없는 출산율, 인구절벽, 국민연금 고갈 등 무시무시한 단어들로 위기를 강조하지만, 정작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


내가 생각하는 출산율을 높이는 가장 첫 번째 방법은, 아이 가진 부모가 아이를 돌보면서도 허덕이지 않고, 여기저기 고개 숙이지 않고도, 정상적으로 육아와 사회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내 동료가, 내 상사가 육아와 사회생활을 병행하는 모습이 지금과 같이 과도하게 힘들어 보이지 않아야 적어도 임신과 출산을 고려라도 해보지 않을까?


<나는 다행히도 근처에 사시는 시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의 적응기간을 견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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