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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Mar 08. 2023

5년 만의 복직, 학교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복직을 몇 개월 앞두고 현직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을 만날 때면 물었다. 요즘 학교는 어때? 물론 그 어떠냐는 말의 뒤에는, 그래도 자그마치 5년인데 내가 근무하던 시절과는 많이 바뀌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세상이 변했듯, 부디 학교도 좋은 방향으로 변해있기를.


그리고 학교에 복직하며 생각했다.

그대로구나.

학교는 여전했다.

아니 어쩌면 더 안 좋아진 것 같기도 했다.


3월 개학을 준비하기 위해 2월부터 5일이 넘게 무급 출근을 했었다. 직장인으로 따지면 무급휴가에 회사에 출근한 셈인데, 뭐 이 정도는 괜찮았다.


교실 환경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나의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도, 함께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아이들을 위해 쓰고 싶은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소위 ’ 수업 외 업무‘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교사들에게는 수업과 업무 두 가지가 주어진다. 수업이 말 그대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라면, 업무는 사실상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과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나 공무원 사회, 학교 조직의 특성상 형식, 체계, 절차 등을 강조한다.




개학한 지 일주일, 대부분의 교사들은 허덕인다. 수업을 준비하느라 혹은 아이들과 교감을 하고 래포를 형성하느라 바쁜 것이 아니다.


매시간 날아오는 업무 지시 쪽지, 매일매일이 마감일인 수많은 행정 업무들을 해내느라 그렇다.


<선생님의 관심이 필요한 우리 반 아이들은 오늘도 쉬는 시간에 내 주변을 서성인다. 아이들과 빨리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오늘까지 마감인 것들을 처리하느라 애써 컴퓨터로 고개를 돌렸다. 나의 하루의 70프로는 업무를 하느라 보낸다. 5년 전에도, 5년이 지난 지금도.>


학교는 참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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