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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Mar 14. 2023

내가 강남을 떠난 이유

교사들은 한 학교에서 5년을 채우면 다른 학교로 이동을 한다. 그리고 내가 있던 강남서초교육청을 비롯한 몇몇 지역은 일명 ‘경합 지역’으로, 5년 후에는 완전히 다른 지역(다른 교육청)으로 이동을 해야만 한다.


물론 예외는 있다. 잔류 신청을 할 수도 있는데, 부장을 하겠다는 서약을 해야만 한다. 강남에 거주하며, 어린아이를 양육할 경우, 대부분 출퇴근 시간이 멀어질 것을 염려해 잔류를 신청한다. 그래서 나 또한 이번에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강남 지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물론 부장교사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많은 곳에 가보고 싶었다.

내가 출간한 책인, ‘압구정에는 다 계획이 있다’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강남지역의 아이들은 대부분 순하고 예의 바르다. 어려서부터 부족한 것 없이 풍족하게 자라고, 부모님을 비롯한 많은 어른들의 관심과 기대 속에서 자란다. 이 아이들의 대부분은 부족한 것이 없다. 그래서 이런 곳에서 교사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는 나의 말 한마디가, 나의 손길 한 번이, 꼭 필요하고 절실한 아이들을 만나고 싶었다. 충분한 것이 하나도 없어서 내가 채워주어야만 하는 아이들, 어른의 관심과 기대가 부족해서 내가 유심히 바라봐주어야만 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다른 이유,

강남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이 지겨웠다.


내가 그간 강남에서 근무하며 겪은 일들을 가감 없이 이야기하면, 다들 믿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시간과 돈의 여유, 자식에 대한 과도한 관심, 교사에 대한 불신, 이 세 박자가 맞물려서 나타나는 현상은 실로 과하기 그지없다. 물론 지극히 정상적인 학부모들도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 대비 극성맞은 학부모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나는 이러한 이유로 강남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내가 새로이 발령받은 학교에는 신기하게도 나와 같은 처지의 선생님들이 3명이나 더 있었다. 강남에 거주하지만 강남에서 근무하기를 포기한 교사들.


그리고 지금부터 새롭게 발령받은 곳에서, 5년 만에 시작하는 교사 생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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