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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Mar 23. 2023

1학년의 외침. 선생님 가방이 안 닫혀요!

대부분의 학교에서 1학년은 교문 앞 혹은 방과후학교까지 데려다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학교에서 길을 잃을 확률이 매우 높으므로..


이 날도 여느 때처럼 하교지도를 하려고 하는데, 뒤에서 다급히 한 여자아이가 부른다.


선생님 가방 문이 안 닫혀요. 훌쩍


무슨 일인가 하고 가보니, 정말 가방 문이 열려있다. 가방 자크가 고장이라도 났나 하고 가방을 들여다보는데 그만, 웃음이 터졌다. 큰 책가방 안에, 책가방을 꽉 채우고도 삐져나온 이상해씨 인형(포켓몬스터 인형)때문이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아이에게 도대체 이 인형을 학교까지 왜 가져왔는지 묻자, 친구들과 갖고 놀고 싶어서 가져왔다고 대답을 한다. 하지만 반에서 이 큰 인형을 갖고 놀았다면 내가 몰랐을 리 없었다. 알고 보니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어서 가지고는 왔는데, 차마 꺼내지는 못하고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순간 이 아이보다 3살 어린 나의 둘째가 매일같이 갖고 다니는 인형이 떠올랐다. 분명 아이를 낳기 전의 나라면, 학교에 인형 같은 건 갖고 오면 안 된다고 일장연설을 했을 텐데. 이제는 인형을 갖고 온 아이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애써 귀여워하는 표정을 숨기고는, 터질 것 같은 가방을 닫아주며 아이에게 말했다.


앞으로 학교에 이렇게 큰 인형은 가져오면 안 돼. 그래도 꼭 가져오고 싶으면 가방에 달 수 있는 작은 인형 정도만 가져오렴.


<다음 날 아이는 책상 위이 토끼 인형을 세 마리나 올려놓았다. 또 한 번 웃음을 삼키며 가방에 넣고 집에 갈 때 보라고 말해주었다.>

자기 몸만한 가방에 그보다 큰 인형이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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