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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Mar 24. 2023

나는 내 아이의 셔틀버스도 모르는 엄마입니다.

복직한 후 아이들의 등하원을 직접 챙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특히나 하원이 빠른 아이들의 적응기간과, 퇴근이 늦어지는 초등학교 개학시기가 맞물려 더욱이 그랬다. 학교가 가깝지는 않은 탓에, 나는 늘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한다. 아이들은 9시가 넘어야 등원버스를 타서 내가 퇴근하기 전인 3-4시경 하원한다.


얼마 전 아이의 하원시간과 관련하여 변경을 요청할 일이 있어 유치원에 전화를 했었다. 담당선생님은 나에게 아이가 작은 셔틀버스인지 큰 셔틀버스인지를 물었다. 순간 나온 나의 대답은 나를 조금은 슬프게 만들었다.


아이의 셔틀버스를 본적이 한 번도 없어요


어쩌면 일하는 부모들이 겪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이 말을 내뱉는 순간, 내가 아이의 셔틀버스도 모르는 그런 못난 엄마가 된 것만 같은 슬픔에 잠시 빠졌다.


교사는 학생들보다 학교에 늦으면 안 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교사가 아닌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 부모들이 내 아이의 등하원 길을 지켜줄 수 있는 날이 서둘러 오길 바라본다. 적어도 내 아이의 셔틀버스 크기가 어떤지 대답할 때 머뭇거리지 않아도 되었으면 좋겠다. 내 아이가 셔틀버스를 타고 가는 뒷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껏 1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을 교문 앞까지 데려다주는 하원길이 단 한 번도 귀찮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내 아이를 데려다주지 못하는 미안함을 이것으로나마 달래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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