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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Jun 23. 2023

아들의 너덜너덜해진 애착인형을 대하는 그 아빠의 자세

6살이 된 첫째에게는 애착배게가 있다. 첫째 임신 8개월 무렵 간 베이비페어에서, 우연히 산 신생아용 베개였다. 지금 와서 말하지만, 만약 이 베개가 내 아이의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될 줄 미리 알았다면, 나는 단언컨대 “유명한 대형회사”의 “유명제품”으로 구매했을 것이다. 결코 단종되지 않을 제품, 혹은 단종되더라도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으로 구매했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가 얼떨결에 구매한 이 베개는 아주 작은 회사의, 유명하지 않은 제품이다. 그래서 현재는 단종되고 말았다.(아마 이 회사와 이 제품의 번영과 지속을 회사 대표보다 우리가 더 바랬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 사이에 남편과 나는 3번이나 같은 상품의 새로운 제품을 구매했었다. 지금 와서는 그때 좀 더 구매해 놓을걸 후회하기도 하지만, 이미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잠시 이 애착배게에 대해 설명하자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얼떨결에 함께한 배게로, 슬플 때는 부엉이 베개를 안고 울고, 기쁠 때는 이 베개를 안고 웃는다. 다행히 지금은 아이가 좀 커서 언제 어디나 데리고 다니는 정도는 아니지만, 1박 2일 여행을 갈 때면 꼭 데려간다.(아이는 늘 여행을 갈 때면, 부엉이 베개와 함께 여행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렇게 사랑하던 배게는 시간이 갈수록 해져갔다. 그러다 결국 제품이 단종되어 다시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남편은 나에게 베개를 세탁기에 돌리지 못하게 했다. 도저히 더러워 못 봐줄 꼴이 되면, 남편이 자처하여 손빨래를 조물조물하곤 했다. 이전까지는 베개가 찢어질 때면, 남편은 아이에게 부엉이가 털갈이 중이라고 설명했었다. 초등교사인 나조차도 생각도 못한 기발한 이유였다! 덕분에 아이는 슬퍼하지 않고 매번 새로운 베개로 자연스레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베개가 단종 돼버리자 이번에는 남편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다 하루는 남편이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적고 있길래 다가가보니, 아이의 애착배게를 만드는 회사에 거의 읍소를 하고 있었다. 나는 남편의 진심이 가득 담기다 못해 넘치는 글을 보고는, 괜스레 눈물이 났다.

남편은 이런 사람이었다. 아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아이보다 더 소중하게 대해주는 사람.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늘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며 자란다. 남편은 결코 어른들의 시선에서 아이의 생각을 판단하지 않는다. 나조차도 가끔은 “이런 걸로 왜 이렇게까지?”하는 수많은 일에도, 언제나 아이의 시선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남편의 진심이 가득 담긴 글에, 답장이 왔다. 창고에라도 재고가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나는 알고 있다.
만약 아이의 애착배게를
새로 구하지 못하더라도,
아이는 어떻게 해서든
아빠 덕분에 괜찮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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