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나이 차이가 많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었다. 어른스럽고 다정한, 그런 남자가 나의 이상형이었다. 그래서 많게는 8-9살 차이의 남자와도 만났었는데, 정작 결혼은 동갑인 남편과 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나이 차이 많은 사람을 고집하더니만 동갑인 남자와 결혼한 나를 의아하게 여겼다. 그러나 나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알게 되었다. 나이가 많다고 모두 어른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남편은 비록 나와 나이는 같았지만, 내가 만나본 누구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29살 젊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 당시 여자 나이 29도 결혼이 빠른 편이었으니, 남편을 보고는 다들 꼬마신랑이라며 귀여워했다. 그렇게 결혼을 하자마자 다음 해에 첫째가 나오고 그다음 해에는 연이어 둘째가 생겼다.
의도치 않게 30살에 벌써 엄마 아빠가 되어버린 우리는 어디를 가나 젊은 엄마, 젊은 아빠로 통한다. 물론 동갑 남편을 만나, 일찍 결혼하고, 일찍 아이를 낳아 좋은 점만 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요즘엔 점점 좋은 점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점을 말해보자면,
첫째, 젊은 아빠는 체력이 좋다. 물론 5살, 6살 아이들 체력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아빠들보다 훨씬 힘차게, 오래 놀아줄 수 있다. 한 명이 안기면 나머지 한 명도 반드시 안겨야 하는 연년생들을, 번쩍번쩍 잘도 안고 다닌다.(둘이 합쳐 35kg…) 주변에 늦게 결혼하거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편과 결혼한 분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나이가 있으신 남편분들은 주말에도 침대와 한 몸일 수밖에 없다고…
둘째, 아이들이 다 크면 제2의 신혼이 시작된다.(고 그랬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금방 생기는 바람에, 신혼생활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반면에 아이들이 큰 후, 앞으로의 결혼생활이 기대되는 장점도 있다. 아직 못해본 것이 많은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크고 나면, 둘이서 손을 잡고 다니고 싶은 곳이 참 많다. 아이들이 20살이어도 우리는 50살이니 제2의 결혼생활을 시작하기에 아주 늦지는 않을 듯하다.
셋째, 그 어떤 다른 이유보다도 좋은 점은, 젊은 남편은 나와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젊은 아빠인 그는, 나에게는 젊은 남편이 되어준다. 젊은 남편은 나에게는 오래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보통 여자보다 남자의 수명이 짧다고 하니, 남편이 어릴수록 나와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금의 나로서는, 남편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으니, 남편과 일찍 결혼하여, 오래도록 삶을 함께하고, 비슷한 시기에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