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이들과 함께 코엑스에서 열린 유아교육전시회, 일명 유교전에 다녀왔다. 나는 꽤 기대를 안고 갔다. 책, 교구 등 다양한 유아교육용품들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곳이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내 착각이었다. 막상 들어간 전시장 안은, 시장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호객행위로만 가득했다. 전시장 안의 누군가와 잠시 눈이라도 마주치거나, 전시된 유아용품에 찰나의 관심이라도 가질라치면, 사지 않고는 못 나갈 것만 같은 압박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여기저기서 밀려드는 호객행위로, 구경 자체가 힘들다고 느낄 때쯤이었다. 호객 행위 하나 없이 조용하다 못해 썰렁한, 그림책이 진열된 출판사 부스 하나가 눈에 띄었다. 워낙 책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는 그 부스 앞에 서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있는 아이 옆에 서서, 호객 행위를 들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나에게 조용히 그림책 하나를 건넨다.
아이가 책을 읽는 동안 같이 읽어보세요.
뜻밖의 말에 나는 잠시 놀랐지만, 어느새 눈앞에 놓인 동화책을 읽고 있다. 그림도 내용도 참 따뜻하고 예쁜 책이었다. 내가 책을 다 읽고도, 아이는 이 출판사의 책이 꽤 마음에 드는지, 혹은 유일하게 책을 찬찬히 읽어볼 시간을 주는 이곳이 마음에 드는지, 내리 5권의 책을 읽는다. 내가 조금은 머쓱해하자 눈치를 채신 사장님이 말하셨다.
여기는 ‘원래’ 이렇게 책을 실컷 보는 곳이에요. 걱정 마세요.
사실 그랬다. 전시회의 본래 목적은 찬찬히 구경하고 살펴보는 곳이었다. 그렇게 아이는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보며 사장님은 나지막이 말하셨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이 꼬마만큼
고마운 사람은 없어요.
사장님은 진심으로 아이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아이에게 또 다른 책들을 읽어보라며 가져오셨다. 그렇게 아이가 스스로 원하는 만큼의 책을 다 읽고서, 우리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그곳의 책을 여러 권 구매했다. 책을 사라는 말 한마디 없는 곳에서 가장 많은 책을 구매했다.
물론 책의 내용은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유아교육 전시회에서, 유일하게 책을 진심으로 전시하여, 충분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유아교육에 누구보다 진심인, 그 출판사의 책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이와 함께하는 소비에는 늘 언제나 비용, 효용성과 같은 것들보다는 진심, 배려, 존중과 같은 가치에 무게를 두게 된다. 그러니 다음에 열릴 유아교육전시회에서는 부디 유아교육에 진심인, 유아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그런 업체가 많이 참가하길 바라본다. 그것이 결국 부모들의 지갑을 여는 길이기도 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