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기 전, 우리 집은 깨끗하고 심플한 집 그
자체였다. 우드 앤 화이트를 기본으로 하여 거실을 비롯하여 모든 방을 열과 성을 다해 꾸몄다.
그리고 1년 뒤 첫째가 생기고, 연이어 둘째가 생겼다.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면 아이가 있어도 모델하우스처럼 사는 집이 그렇게 많던데, 우리 집은 도통 통하지를 않았다. 집이 그렇게 작은 평수도 아닌데도(30평대), 인스타그램 속 아이가 사는 동화 같은 집은 딴 세상 이야기였다.
취향이 다른 남매의 장난감으로 이중으로 알록달록해진 집은 나중얘기였다. 스스로 무언가를 그리고 만들 수 있는 무렵이 되자, 아이 둘은 짜기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 만들고 오리고 붙이기를 매일같이 했다. 심지어 유치원에서도 잊지 않고 가져왔다.
결국 나는 오래지 않아 두 아이의 작품활동에 두 손 두 발을 들고는, 나의 집(?)을 온전히 내주었다. 벽지에 낙서하거나 테이프를 붙이지 않는 것만 약속하고는, 침대, 화장대, 거실 바닥, 냉장고 등 어디든지 아이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냉장고 문을 여는데 아이가 이것 좀 붙이고 싶다며, 자기 몸보다 큰 종이를 건넸다. 살펴보니 정말 냉장고만한 나무가 흰 도화지 안에 그려져 있었다. 어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아마 냉장고를 내어주지 않았다면, 아이의 나무 그림은 조그만 도화지 속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예쁜 집을 마음에서 내려놓고 나니, 아이들이 펼칠 수 있는 세계가 커졌다.(물론 예쁜 집과 깨끗한 집은 다르므로, 청소는 열심히 하려 노력한다.)
요즘 아이들은 거실 바닥에 철길을 그려 붙이기도 하고, 침대 베개를 만들어 침대에 놓기도 한다. 예전에는 벽지에 키재기자를 만들어 붙여놔 혼난 적도 있다.(벽지에 테이프는 금지다.) 나는 이토록 조그마한 손으로 온 힘을 다해 만든 것들을, 단지 예쁜 집을 위해 바로 버릴 수는 없다. 비록 누군가를 집에 초대할 때 약간은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시절이 결코 오래가지 않을 것을 알기에, 또한 내가 내려놓은 만큼 아이들의 세상도 넓어질 것을 알기에, 나는 인스타그램 속 예쁜 집을 당분간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