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늘 하는 몇 가지 말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애를 낳아야 진짜 어른이 된다.”
요즘처럼 출산은커녕, 결혼도 안 하는 시대에 뭔 꼰대 같은 소리냐 싶겠다.
아이가 폐렴으로 열이 40.5도까지 가다 결국엔 응급실에 갔다 입원을 했다. 누군가는 폐렴으로 무슨 오버냐 하겠지만, 살면서 처음 마주한 체온계에 찍힌 40도, 고열이 5일째 계속되던 날들, 고열로 몸부림치는 아이, 마치 50일, 5개월 같던 날들이었다.
아픈 아이를 돌보는 며칠간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내가 느낀 감정은 단순히 아이가 아파서 속상하고 슬픈 감정이 아니었다. 아이가 밤새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던 밤, 나는 난생처음 진정한 두려움을 느꼈다. 두려움은 동시에 감사함과 겸허함을 함께 느끼게 해 준다.
물론 아이가 아프기 전에도 나는, 엄마가 되어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았다. 실제로 아이를 기르며 희생, 배려, 사랑, 책임감, 헌신 등의 수많은 감정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애를 낳는다는 것이 한 인간을 성숙하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내 삶에 나 자신보다 소중한 것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나와 닮은 아이가 생기는 순간, 온갖 두려움에 맞닥뜨리게 된다. 가진 것이 많으면 두려움이 커진다는 말이 있듯이,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 생겨버린 어른은 두려움이 커진다. 다치진 않을까, 아프진 않을까,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잘못한 건 아닌지. 동시에 평범한 일상이 주는 감사함을 알게 된다. 아이와 함께 하는 평범한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진정으로 알게 된다.
병원 침대에 누워 아픈 아이를 보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아이와 함께, 아침에 일어나면 뽀뽀로 아침인사를 하고, 퇴근할 때면 달려 나오는 아이와 포옹을 하고, 마주 앉아 아이의 귀여운 반찬투정을 들으며 저녁을 먹고, 싫다는 아이를 구슬려 이를 닦이고, 더 놀고 싶다는 아이를 눕혀 팔베개를 하고 책을 읽어주던,
그 수많은 보통의 날들이 행복 그 자체였구나.
아이가 퇴원을 했다. 나는 이제 앞으로 매일이 행복한 보통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