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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Aug 07. 2023

내가 엄마 대신 사과할게

나의 작고도 큰 아이

가족 나들이를 나가는 길. 급하게 나가느라 그만, 첫째가 애지중지하는 “레고 로켓”이 부서졌다. 정확히 말하면 서둘러 지나가면서 완성된 레고 로켓을 아주 살짝 쳤는데, 기우뚱하더니 손쓸 새도 없이 그대로 부서졌다.


부서지던 그 순간, 눈이 동그래진 둘째와 눈이 마주쳤다. 아끼던 레고 작품이 무너진 걸 알면 지금 당장 외출이 어려워질 것을 아는 나는, 둘째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애원했다. (비밀이야ㅠㅠ 말하면 안 돼ㅠㅠ)


내 말을 알아들은 건지, 밖에 있던 첫째는 이 소식을 모른 채 외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외출에서 돌아온 첫째가 부서진 레고를 마주하고야 만다. 내가 사과와 변명의 말을 꺼내려는 순간, 첫째가 선수를 친다.

네가 말했던 게 이거구나.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고새 말한 둘째에게 약간은 섭섭한 마음이 든다. 섭섭한 마음도 잠시, 이 레고 작품을 만드느라 오래 고생한 것을 아는 나는 재빨리 사과를 건넸다. “아 동생이 말했어? 엄마는 서둘러 나가다가 정말 실수로 친 거야. 미안해. 엄마가 다시 고칠게…


괜찮아, 동생이 아까 대신 사과했어


사과? 알고 보니 둘째는 내가 망가뜨린 레고를 보고는 오빠에게 엄마대신 내가 사과할 테니 속상해하지 말라는 말을 했었다는 것이다.


나는 어안이 벙벙하여, “왜 엄마가 쳤는데 네가 대신 사과를 했어?”라고 둘째에게 묻자 돌아오는 대답은,


엄마 사랑하니까


나는(우리는) 종종, 아니 자주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사과를 못하거나 혹은 안 하는데,

고작 인생 44개월 차, 5살 아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대신하여 사과를 했단다.


둘째의 사과 덕분에, 오열과 분노 혹은 사죄로 가득했을 주말의 밤이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다들 나를 대신해서 사과해 줄 사람, 있으신가요?


산산조각난 레고 로켓.
조립이 완성된 모습. 안전지대로 옮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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