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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은영 선생님이 불편하다.

육아해본 적 없는 육아전문가라니

by 둥아리

제목이 좀 자극적이다. 그런데 나는 정말로 요즘은 오은영 선생님이 불편하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에는 개는 강형욱이 애는 오은영이 있어 든든하다는데, 나는 요즘 들어 불편한 감정을 감출 수 없다. 물론 오은영 선생님이 육아에 관련하여하는 말 중에는 틀린 말은 없다. 대부분 맞는 말이다. 그런데 너무 교과서 같다.


오은영 선생님은 본인의 아들은 본인이 육아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부분의 워킹맘이 그렇듯 부모님이 육아를 대신해주셨다고. 나는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야 말로 가장 진정성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육아를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육아전문가로서 조언을 한다. 그러니 '저게 가능하다고?' 하는 의문이 드는 말들을 쏟아낸다.


일례로 우리 아이가 밥을 너무 안 먹을 때가 있었다. 굶겨도 보고, 인터넷을 찾아보며 다양한 반찬도 해줘 보고, 맛있다는 곳에서 배달도 시켜보았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너무 걱정이 되어 오은영 선생님의 솔루션을 찾아보니 식사의 즐거움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니, 먹을 만큼만 먹게 하고, 억지로 먹이지 말라고 했다. 나도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굳이 따라다니면서 까지 밥을 먹이는 엄마들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두 끼 안 먹으면 큰일 나나?' 혹은 '배고프면 알아서 먹겠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 보니 그렇지가 않다. 아이들은 한두 끼씩 며칠만 제대로 안 먹어도 살이 빠진다. 또 아이들은 한두 끼를 안 먹어도 다음끼에 열심히 먹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일주일 만에 1kg가 빠졌었다.) 그러니 엄마는 따라다니면서라도 먹이게 된다. 스무 살 돼서도 떠먹여 달라 하겠어 라며 체념한다.


실제 본인이 주양육자가 되어 육아를 해본 사람과 부모님이나 시터의 도움을 받아 육아를 하는 사람의 육아에 대한 입장 차이가 굉장히 크다. 가끔 내 주변에는 육아가 많이 힘들지 않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가 너무 순해서 이쁘기만 하다고도 한다. 시터가 키우는 아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24시간 아이와 붙어 육아를 하는 엄마들은 오은영 선생님이 말하는 교과서적인 엄마가 되기는 힘들다. 몇 년간 육아를 하며 쌓인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무기력감과 피로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것은 단순히 한두 시간 두세 시간 육아를 한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엄마들은 본인이 잘못하는 걸 알면서도 잘못을 저지른다.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엉덩이를 때리기도 하고 협박도 한다.


나는 그러면 안된다고 말하기 전에, 본인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심 어린 공감이 우선되었으면 한다. 충분 이해하고 공감하고 그리고 조언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내놓는 육아정책, 전문가가 해주는 육아상담, 전문가가 들려주는 육아 조언 모두 가끔은 공허하게 들린다. 저 전문가들은 정말 치열하게 육아해본 적은 있는가 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육아를 전담해서 하면, '전문가'는 될 수 없는 구조이니 결국 육아를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사람들의 조언, 상담, 정책만 난무할 뿐이다.


물론 육아를 해본 적 없는 사람도 조언할 수 있다. 그러나 육아 전선에서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엄마들에게 가끔은 그 조언이 힘이 되기보다는 힘을 빠지게 하기도 한다.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한 공감과 이해가 우선된 조언보다 힘을 갖기는 어렵다. 그러니 나는 육아현장에서 치열하게 육아 전투를 경험해 본 육아전문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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