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인이와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를 둘째를 둔 엄마입니다. 그리고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8년 차 초등교사입니다. 그 꽃 같던 어린아이의 죽음에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어른이라면 누구 하나 책임 없는 사람이 없습니다. 저 또한 정인이의 죽음에 책임감을 느끼고 수많은 고민 끝에 진정서를 작성을 씁니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압니다. 혹여나 부러질까 세게 잡는 것조차 겁나던 시절들. 앉고 서고 걷는 평범하고 일상적이던 그 모든 것들이, 아이로 인해 경이롭게 느껴지는 순간들. 아이가 어쩌다 다치기라도 하면 마음이 아파 그 상처만 내내 만지게 되고.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모든 게 내 탓인 것만 같아 자책하던 날들. 그러다 엄마도 힘이 들어 아이에게 짜증이라도 낸 날에는,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안하다 울기도 했습니다.
아이는 이렇게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자랍니다. 아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사랑만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랬던 16개월의 아이가 제대로 된 사랑 한번 받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그 짧디 짧은 생의 반 이상을 고통과 절망 속에서 살다 갔습니다.
전문의가 말하길 사망 전 날의 정인이는 아마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을 것이라 합니다. 그럼에도 정인이는 죽기 전 날 등원한 어린이집에서 아프다고 힘들다고 제대로 목놓아 울지도 못했습니다. 마음껏 울지조차 못하는 작고 야윈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는 목놓아 울었습니다.
매일매일이 얼마나 지옥 같았을까요. 입양된 이후로 마음 놓고 웃어본 날은 있었을까요. 행복한 꿈을 꾸며 잠든 날은 있었을까요. 누군가에게 투정 부리고 어리광 부려봤을까요.
아기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말을 못 하기 때문에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더욱 잘 느낍니다. 13개월이었던 둘째 딸은 누군가 실수로 자기를 치기라도 하면, 혹여나 일부러 때렸을까 아프지 않더라도 목을 놓아 웁니다. 미안하다 사과하고, 실수라고 설명하고, 한참을 달래주면 그제야 울음을 그칩니다. 그러니 말 못 하는 정인이는 얼마나 많은 날을 자신을 향한 냉대와 핍박을 모두 고스란히 느끼며 지냈을까요.
대한민국의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또 죄스럽습니다. 제가 그리고 또 우리가 정인이를 입양할 용기가 없었기에, 그 아이를 지옥에 빠뜨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가해자에게 엄벌이 내려져야 합니다. 겨우 9킬로 남짓한 아이의 몸에 입에 담을 수 조차 없는 잔인한 상처를 남기고는 죽지 않기를 바랐다 할 수 없습니다. 정인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앞으로 제2의 정인이가 나타나지 않도록 엄벌을 간곡히 부탑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