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쉬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원래 나는 스스로를 가만 두지 못하는 성격이다. 더 정확히는 나는 늘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어 하고, 나를 계속해서 성장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 삶의 모토는 언제나 '일단 해보자. 안되면 말고.'
고등학교까지야 당연히 공부로 바빴다. 하지만 대학교를 입학하면서부터 갖가지 경험을 했다. 물론 언제나 마음가짐은 '일단 해보자.' 교대생은 하지 않는 대기업 홍보단부터 대학생 기자, 해외봉사단, 경제포럼 인턴 까지. 생각해 보니 정말 별걸 다했다. 그런 곳에 참가해 자기소개를 할 때면, 다들 나를 '교대생이 왜 여기에?'의 눈빛이었다.
교사가 되어서도 여전했다. 나는 4시에 퇴근해서 여유 있는 나를 가만두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관심 있던 사회교육을 공부해보겠다는 생각 하나로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원서를 냈다. 물론 합격할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다. '일단 해보자. 안되면 말고.' 하지만 나는 서울대학교에 입학했고, 학교와 대학원을 병행하며 쌩고생을 했다. 그러나 결코 후회는 없었다.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수준 높은 강의와 학생들 간의 토론토의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했다. 나는 크게 한 뼘 성장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1년 뒤 또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렇게 지금껏 가진 적 없는 성장의 휴식기를 맞이했다.
육아의 가장 큰 단점은 몸을 사려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가 되면 '일단 해보자.'를 하기 어렵다. 왜냐면 엄마의 시간은 대부분 아이의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엄마로서의 능력치는 만랩이 되어가도, 이제 나의 성장은 멈춘 것만 같았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내 이름이 아니라,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만 불렸다.
그러다 문득 글을 써야겠다 생각했다. 아직 어린 두 아이를 기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그렇게 마음속에 담아두던 말들을 하나씩 꺼내보았다.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운이 좋게도 포털 메인에 수차례 걸렸다. 원래 나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다시 나로서 성장 중이었다.
그런데 열심히 글을 쓰다 보니 이제는 책을 내고 싶어졌다. 내가 하는 말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듣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나 기다리던 출간제의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직접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해보기로 했다. 물론 언제나 그랬듯 마음 가짐은 '일단 해보자. 안되면 말고.'
인터넷에서 출판사에 출간 계획서를 내는 방법을 하루 동안 정독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바로 실행에 옮겼다. 출간 계획서를 찾아, 어설프지만 진심을 눌러 담아 계획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약 일주일에 걸쳐 내 글과 관련된 분야의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에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약 30군데의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던 것 같다. 그냥 맨땅에 헤딩이었다.
처음엔 진짜 내가 보낸 메일을 누군가 읽기는 하는지 의심이 갔다. 그냥 삭제하는 것은 아닌지, 스팸메일로 가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다음 날부터 '거절의 메일'이 오기 시작하며 메일을 제대로 쓰기는 했구나 생각했다. 거절의 말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그렇게 며칠 뒤 나는 총 세 군데의 출판사에서 출간제의를 받았다. 처음에는 얼떨떨하다가, 나중엔 신이 났다가, 결국 걱정이 되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러나 역시 일단 해보기로.
그렇게 한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에 걸쳐 원고를 집필했다. 그리고 내년 초, 내 첫 책이 나올 예정이다.
누군가는 내가 참 운이 좋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 행운의 기회조차도, 무엇이든 노력한 사람만이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망설이고 있다면 그것이 뭐가 됐든 일단 해보자. 남에게 큰 폐를 끼치거나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대학교 때 교대생은 아무도 하지 않던 대외활동도,
교사생활을 하며 힘들게 다녔던 대학원도,
그리고 엄마가 되어 밤을 지새우며 쓴 글도,
하나의 목표나 방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순간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즐거운 일을 찾았다. 그리고 시도했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포기한다면, 나는 스스로 내 한계를 설정해놓고 살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나는 지금, 이 순간 글을 쓰는 게 즐겁다. 내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의 또 다른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밌다. 그래서 당분간은 글쓰기에 집중하려 한다.
시간이 흘러 나중엔 또 뭐가 되어있을지는 모른다. 어쩌면 교사도 글쓰기도 대학원생도 아닌 또 다른 것이 하고 싶을지도. 그러면 그때도 나는 망설임 없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일단 해보자. 안되면 말고.' 그래서 내 삶의 하지 못해 남는 후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