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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공부 제대로, 해봤어요?

공부해 본 엄마가 말하는 아이들은 놀아야 하는 이유

by 둥아리
요즘 엄마가 공부하는 책들이다.

요즘 압구정은 난리다.


어린이집은 4세 반이 미달이고, 일반유치원은 미달은 물론이고 재정난으로 문을 닫는다. 다른 지역은 어린이집 대기가 안 풀려서 난리라는데, 이 동네는 한산하기 그지없다. 아이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말하길 요즘엔 생일이 빠른 친구들은 3세부터 영어유치원(혹은 이중 언어 놀이학교)에 간다고 했다. 그러니 4세가 되면 이미 절반은 영어유치원 혹은 놀이학교로 돌아선다.


이유는 하나 같이 비슷하다. '어린이집에서는 배우는 게 없어서..' 만약 여기서 말하는 '배우는 것'이 학습적인 것이라면 그들의 말이 맞다. 어린이집은 보육 위주의 기관이기 때문에 학습적으로 크게 바라서는 안된다. 그리고 또 말한다. 공부하는 습관을 일찍 잡아줘야 한다느니, 공부하는 분위기를 일찍 접하게 해줘야 한다느니.


공부하는 습관. 공부하는 분위기,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영유아기의 아이들에게 최우선 과제는 결코 아니다.


나는 이제는. 정말로. 묻고 싶다.

그렇게 말하는 부모님들, 정말 공부해보셨나요?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제대로 해봤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3살, 4살, 5살의 솜털도 채 가시지 않은 아이들이 앞다투어 학습의 장으로 들어간다. 이 수많은 아이들이 앞으로 짧아야 15년을 어찌 이러고 살까 싶어 한숨이 나온다. 공부를 해본, 지금도 공부를 하고 있는 엄마의 한숨이다.


수많은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는 놀면서 공부한다고, 숙제는 하루에 30분도 안된다고, 그렇게 말하며 스스로를 그리고 아이들을 위안한다. 그런데 또 묻고 싶다. 그래서 부모님들은 하루에 30분은 거뜬히 공부하시나요? 내 기억에 주변에 부모님들 중에서 공부는커녕 한 달에 책 한 권을 읽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내 주변만 그런 것일까?


8살에 시작해도 앞으로 12년, 14살에 시작해도 자그마치 6년이다. 아이들은 결국 살아온 인생만큼의 기나긴 레이스를 시작해야 한다.(한국의 입시제도 하에서 일반적인 학생이라면)


그렇다면 이 아이들에게 적어도 영유아기에는, 그 기나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 힘이란 신나게 놀고, 하고 싶은 것은 원 없이 해보며 생긴다. 놀기 위해 숙제하고, 공부하다 잠깐 놀고 그런 것 말고 정말 지겨울 만큼 놀아야 한다. 도대체 지금이 아니면 언제 논단 말인가?


나는 공부를 제대로 해봤다.


그리고 30이 훌쩍 넘은 지금도 여전히 입시 때만큼 공부를 하고 있다.(물론 나보다 공부를 잘하고, 많이 한 부모님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부를 제대로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공부란 얼마나 외롭고 지치는 시간의 연속인지를. 또 얼마나 자기 자신의 의지가 중요한지를. 누가 옆에서 아무리 방해를 해도, 누가 아무리 옆에서 도와주어도, 결국 공부의 99프로는 내가 중심이다.


그런데 이렇게나 외롭고 힘든 싸움에, 벌써부터 내 아이를 밀어 넣는다는 것은, 그 힘듦을 몰라서인가. 혹은 부모의 의지나 노력으로는 결국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몰라서인가.


나는 우리 아이가 꼭 공부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잘못된 편견들로, 꼭 공부를 잘해야만 성공한다는 생각이 팽배하지만, 이제는 또 누구나 알지 않는가. 공부가 아니어도 성공할 수 있는 길은 너무나 많다는 것을.


그러나 또 나처럼 공부가 꽤나 적성에 맞아, 그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더욱이, 공부를 시작할 그 순간을 위해 열심히 놀고 많이 웃으며 힘을 비축해야 한다. 나중에 의자에 앉아 나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힘을 비축해야 한다.


결론은 지금 우리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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