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을 마감하느라 바쁘다. 하필 이럴 때 날이 참 좋다. 한참 바쁜 나는 이제 곧 겨울이 올 것만 같아 마음이 초조해진다.
오늘도 어김없이 혼자 카페에 앉아 글을 쓰는데, 카페 밖에 보이는 하늘이 너무 예쁘다. 살랑거리는 가을바람도, 흔들리는 나뭇잎도 너무 예뻐서 마음이 두근거린다.
이렇게 좋은 날, 집에서 놀고 있을 내 아기 생각이 났다. 노트북을 끌 새도 없이 그냥 닫았다.
빠른 걸음으로 집에 돌아가, 현관문에 서서 아기 이름을 부르니 아기가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온다.
책이 뭐라고, 내 아이의 다시없을, 태어나 맞는 두 번째 가을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옷을 단단히 입혀 나무가 가득한 놀이터에 갔다. 12시가 다 되어가니 햇살이 가득하고, 그 아래서 내 손을 잡고 웃는 아기 얼굴을 보니, 세상 모든 워킹맘들의 미안함을 내가 다 짊어진 마냥, 마음이 아려온다.
그렇게 나는 오늘 비록 오늘 해야 할 일은 못했으나, 엄마로서 할 일은 무사히 완수한듯 뿌듯했다.
곧 겨울이 오면, 어차피 너무 추워 못 나가게 되면, 아이와 온종일 세상 구경을 못하는 내 마음이 괜찮을까 싶다가도,
그때가 되면 아이의 다시없을 두 번째 겨울이라는 핑계로 일하다 말고 또 나는 아이와 주섬주섬 옷을 껴입고 나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