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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Aug 24. 2022

(엄마란) 싫어하는 것 하기 vs 좋아하는 것 안 하기

아이의 보폭에 맞춰 함께 걷는 순간이 참 좋다.


나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진짜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싫어하는 것들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설령 내가 좋아하는 것일지라도. 예컨대 밤늦게 친구들과 놀거나 그토록 친하던 남자 사람 친구들과도 만나지 않았다.


아이를 낳기 전, 내가 생각하던 진짜 사랑의 결론은 여기까지였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면, 그것이 사랑이다.




그 남자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처음엔 남편을 만날 때와 같았다. 아이를 위해서 나는 많은 것들을 참고 포기했다. 그토록 좋아하던 여행은커녕 데이트 한 번 가기가 힘들어졌다. 일주일에 몇 번을 가던 맛집 투어도, 한 달에 한번 가기가 힘들었고, 최신영화는 빠지지 않고 보던 나는 영화관에 못 간 지 2년 째이다.


때때로 섭섭하고 울컥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또 아무렇지 않았다. 비록 나의 마지막 해외여행은 태교여행이 되었지만, 아이와 함께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는 여행에서 또 다른 행복을 느꼈다. 남편과 단 둘이 영화관을 간지는 오래전이지만, 아이와 함께 온갖 동화책을 읽으며 더 큰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진정한 사랑의 결론이 단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에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이상이 있었다.


적어도 나는 남편과 연애를 할 때, 그를 위해 내가 싫어하는 것을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엄마 5년 차인 나는 그토록 싫어하던 무수히 많은 일들을 기꺼이 해내며, 지금은 심지어 꽤 잘한다.


우선 과거의 나는 요리하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그래서 자취 5년 동안 직접 요리를 해서 먹은 기억이 손에 꼽는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매일 같이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든다.(물론 종종 반찬을 사 오기도 한다.) 그리고 이제 나는 아이들에게 인정받는 요리사 엄마가 되었다.


자취를 할 때 한 번은 엄마가 와서 울고 간 적이 있었다. 이유는 내 방이 너무 더러워서였다. 이렇게 더러운 방에서 내 딸이 산다고 생각하니 엄마는 속상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내 방은 더러웠다. 다시 말해 나는 청소를 싫어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된 나는 꽤나 깔끔을 떠는 엄마가 되어, 이제는 청소를 취미처럼 할 정도이다.


이외에도 내가 싫어하던 많은 것들을 엄마라는 이름으로 점차 하게 되었다.(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하는 것을 물론이고) 그리고 그렇게 싫어하는 일들을 해내는 내 모습이 싫지 않다.


물론 가끔은 아이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내가 좋아하던 수많은 것들과, 아이가 있어서 해야만 하는 내가 싫어하는 것들 때문에, 삶이 꽤나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또 벅차기도 하다. 오직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나의 아이가 아니면, 그 누가 그토록 싫어하던 일들을
기꺼이 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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