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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자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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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강아지
Dec 21. 2021
나는 8자로 걸음을 걸었는데 대학교 때 고쳤다.
가족들이 나보고 걸음걸이 좀 고치라고 했을
때는
전혀
귀담아듣지 않았었는데 좋아하던 오빠가
내 걸음걸이를 얘기하는
걸 듣고 바로 고쳤다
.
어느
날 내가
좋아하던 오빠가 나한테 말했다.
"깡지 니 8자로 걷네. 오빠도 예전에 안쪽으로 걸었었는데 고쳤다. 연습하면 고칠 수 있다"
이 말을 듣고 띵-하면서 당장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발을 의식하고 일자로 걸으려고 노력했다
.
한
번은 밖에서 다
같이
밥을
먹고 걸어왔는데
오빠가 내 뒤에서 걷고 있다는
걸 알고 엄청
신경 써서 걸었다.
그때 오빠가
"깡지 이제 8자로 안 걷네"라고 해줬는데
날아 갈듯이 기쁘고 뿌듯했다
.
오빠를 처음부터 좋아한 건 아니었다.
첫인상은 오히려 안 좋았다
.
처음 봤을
때 인사를 했는데 인사를 안 받아줬었다
.
그래서 선배지만 건방지다고 생각했다.
한
번은 뭐
사러 갔다가 내가 좋아했던 오빠가
감기가 걸렸다고 한
게 생각나서 약국에서 쌍화탕을 하나 사다 줬다.
그때는 오빠를 좋아해서 준
게 아니라 같이 근로하는
선배니까 친해져야 하니까 사다 준 거였다.
근로를 처음 시작해서 선배들에게 잘 보여야 하니까
그 누구라도 감기에 걸렸으면 쌍화탕을
사다 줬을 거다.
근데 오빠가
감동받았는지 그 뒤로 잘해줬다.
다른 사람이 감기에 걸렸다면
다른 사람을 좋아했을 수도
...?
아무튼 잘해주니까
그때부터 오빠를 좋아한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은 좋은 영향을 준다.
잘 보이려고 발전하니까.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지만
내 걸음걸이를 고쳐준 오빠에게 고맙다
물론 지금도 걸음걸이가 예쁘지 않지만.
어떤 면에서는 짝사랑이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
너무 재밌어서 다 읽어버릴까 아까운 소설책이
읽어도 읽어도 아직 멀어서 다음날에도 읽을 수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무도 모르고
나랑, 또 나랑만 아는 비밀이라는 것도 재밌다
.
나빠지지도 않았고
좋아지지도 않았으니까 나름 해피엔딩이다
.
그때를 떠올리면 가끔 이런 웃기고 터무니없는
생각도 든다
.
'오빠는 좋겠다 내가
좋아해 줘서'
keyword
걸음
짝사랑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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