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억새 강아지
by
돌강아지
Dec 22. 2021
저번 추석에 엄마가 억새가 예쁘다며 한아름 꺾어왔다.
현관문 밖에 걸어놨는데
밤이면 오므라들고 낮이면 다시 활짝 펴진다
.
꺾어서 물에 꽂아 놓은 것도 아닌데 밤낮으로 피고 진다
.
추석부터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직 그대로다
.
아직도 피고 지고.
신기하다
.
낮에 활짝 핀 억새는 참 보기 좋다.
다시 북실북실해져
있는 게 기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두 눈
을 감고 억새를 쓰다듬으면 강아지를 쓰다듬는 것 같다.
동네를 아무렇게나 쏘다니다가 여기저기 풀씨를 잔뜩 붙이고 온 작은 개 같다
.
빗질해주고 매일매일
목욕시켜주는
개가 아니라
그냥 동네 개.
억새가 내가 떠올린 강아지처럼 따뜻하다
.
저번에는 현관 앞에서 뱀을 발견했다.
평소에는 문을 여닫으면서 아래를 안 보는데
그날은 문을 닫고 나오면서 아래를 봤다
.
그런데 작은 뱀이 현관으로 들어가려다가 문틈에 끼어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문을 움직이면 집안으로 들어갈 것 같아서 우선은 그대로 두고 언니를 불러서 뱀을 보고 있으라고 하고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져와서 뱀을 치웠다
.
집안으로
들어갈까 봐 문으로 눌렀는데 미안하다.
고의가 아닌 고의였다..
.
뱀이 문에 끼인 후유증으로 처음에는 잘 움직이지 못하더니 나중에는 괜찮은
것 같았다
.
현관문 앞에 있다가 문이 열리니까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었나 보다.
발아래를 안 봤다면
큰일 날
뻔했다!
그 뒤로 현관문을
여닫을 때 아래를 확인하는 불필요한 버릇이 생겼다.
굳이 안 해도 되는
귀찮은 버릇.
뱀이 다시 현관 앞에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거의 희박하겠지?
귀찮으니까 이제 안 보고 다닐까?
keyword
강아지
억새
일기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새 댓글을 쓸 수 없는 글입니다.
돌강아지
'노지월동' 매해 겨울을 나고 봄이면 다시 꽃이 피는 다년생의 그림일기
구독자
17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지난 추석 이야기
봄날, 벚꽃 그리고 너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