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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마 숲에 사는 문어 선생님

by 돌강아지


문어 다큐를 봤다.

다시마 숲에 사는 암컷 문어.


문어는 머리가 굉장히 좋고 위장술이 기가 막혔다.

다시마를 흉내 내며 다니기도 하고

어느 날은 바다 밑을 두 발로 걸어 다녔다.


문어는 사람과 신뢰를 쌓으면 손을 내밀기도 했다.


상어가 문어를 잡아먹는데

문어는 상어의 눈을 피하기 위해

다시마를 망토처럼 뒤집어쓰기도 하고

몸을 숨길 바위틈을 못 찾으면

주위의 조개껍데기나 전복껍데기들을 모아서

자기 몸에 잔뜩 붙이고는 방패처럼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어는 상어의 공격에

다리 하나를 잃었다.

문어는 한동안 기운이 하나도 없이 굴속에서만 있었다.


그런데 몇 주 뒤 문어에게 새 다리가 자라나고 있었다!

불쌍했는데 다행이고 정말 신기했다.


문어는 귀여운 구석도 있었다.

작은 물고기 떼가 지나가면 손을 뻗어 건드려보곤 했다.

사냥이 아니라 장난을 치는 거였다.


문어는 마지막에 알을 낳고

알을 돌보는데 자기 자신을 바치고는 떠났다.


문어도 장난을 치고, 머리를 쓰고

무언가와 신뢰를 쌓고

끙끙 앓고 무서워했다.


무언가를 자세히 알게 되면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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