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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은 다이아몬드 모양이 맛있다

by 돌강아지

기분이 우울한 날에는 많이 먹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드렁큰 타이거의 8:45 heaven을 듣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내 책상에는

뚜껑이 달린 보온컵이 항상 올려져 있었다.


컵 속에는 물이 아니라 박하사탕이 들어있었다.

스트레스가 많아서 수업 들을 때 배에서 소리가 자주 났다.

쿠르릉 쿠르릉 오옹(?) 꼬옥(?) 같은 소리...

그게 우유를 먹으면 좀 괜찮아져서 우유를 매일 마셨다.

그리고 우유를 먹으면 입이 텁텁해서 박하사탕을

하나씩 먹었다.


컵 속에 넣어두고 애들 몰래 하나씩 먹었는데

애들은 나 몰래 박하사탕을 하나씩 먹었다.


애들은 컵 속에 박하사탕이 들어있는지 알고 있었고

나는 애들이 내 박하사탕을 꺼내먹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알고 있어서 컵을 꼭 책상 위에 뒀다.

누가 먹는다고 하지 않고

누가 먹었냐고 하지도 않는

박하사탕.


애들과 잘 못 어울렸는데 박하사탕을 통해서

뭔가 같이 공유하고 어딘가 속한 느낌이 들어서

혼자 좋아했다.

매번 박하사탕을 살 수 없으니까 오래가진 못했지만.


뭔가 바보 같지만 그게 그랬다.


아, 박하사탕은 다이아몬드 모양이 맛있다.

어느 순간 훌쩍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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