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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독수리 나는 거 본 적 있어?

by 돌강아지

파란 하늘에서 독수리를 발견했을 때

얼마나 반갑고 뭉클했는지 모른다.

돌아왔구나!


11월 4일 올해 처음으로 독수리를 봤다.

이미 와있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날 처음 봤다.

그전에 언니랑, 독수리들이 이제 몽골에서 출발했겠다, 걔네들은 언제 떠날지 어떻게 정하는 걸까 얘기했었는데

내 예상보다 훨씬 일찍 출발했었나 보다.

언니랑 독수리 얘기를 할 때 독수리들은 이미 하늘이었다!

어디야? 다와가.


독수리들까지 보니 이제 겨울이구나 싶다.

아닌가.

아직 단풍이 있으니까 가을과 겨울 사이.

이 시기를 가을과 겨울의 중간, 가울이라고 불러야겠다.

지금은 가울이야, 가울.

독수리는 가울에 오는구나.

기억해야겠다.


몽골에서 언제 몇 시에 출발했을까?

출발 날짜는 어떻게 합의했을까?

오다가 몇 번이나 쉬었을까?

겨울이 오면 여기로 오는 거라고 누가 알려줬을까?


아, 우리나라로 오는 독수리는 어린 독수리라고 한다.

큰 독수리는 오지 않는다고.


눈부시게 파란 하늘 속의 독수리는 정말 멋지다.

차가운 파란 하늘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새.


애쓰지 않고 바람을 타는 게 정말 멋지다.

경이로울 정도로 자유로워 보인다.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도 멋지지만

하늘을 나는 건 훨씬 더 멋진 것 같다.

저 높은 하늘을 진정으로 가질 수 있는 건

독수리 밖에 없는 것 같다.



저렇게 자신감 있게 두 팔을 활짝 펴고

두려움이라고는 없이 나아가는 모습이 부럽다.

독수리는 자기 자신을 믿고 있다.


비행기를 구경하듯 독수리를 구경했다.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

오느라 수고했어.

잘 먹고 잘 있다 가길 바란다!


두꺼비 집을 봤다.

두꺼비집 안에 두꺼비가 있었다.

신기해서 가까이 가니까 안쪽으로 숨어버렸다.

두꺼비집을 처음 봤는데 정말 두꺼비집처럼 생겼었다.

어릴 때 모래밭에서 손을 넣고 놀던 그 모양처럼!


손을 모래로 덮는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다오- 노래를 부르며

토닥토닥 한 다음 손을 빼면 두꺼비집이 만들어진다.


두꺼비는 자기 집을 어떻게 만드려나.

근데 왜 두꺼비한테 헌 집 주면서 새집 달라고...?

아 그리고 또 왜 누전차단기를 두꺼비집이라고 부를까?


아직 깜깜한 이른 아침.

달, 별, 나

정신은 번쩍, 별들은 반짝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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