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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99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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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강아지
Dec 22. 2021
식물이 돌이 되기로 결정하면 모과가 되지 않을까.
모과가 하나둘 떨어지더니
이제 나무에 매달린 모과는 몇 개 없다
.
모과가 떨어질 때 맞은 적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
무지 아팠을 거다
.
봄에 그렇게 예쁜 꽃을 피우더니 그 연한 꽃에서
이렇게 단단한 것을 만들어냈다
.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것.
우리 집에는 모과를 먹는 사람이 없다.
어쩌다 모과차가 생각나긴 하지만
두어
번 먹으면 먹지 않는다.
모과차를 담아도 되지만 모과가 벌레 먹거나
거의 상태가 좋지 않다
.
어느
날 모과가 떨어지면
주워다가 그냥 마당 한쪽에 줄지어 놓는다.
하나둘 가져다 놓은 게 여덟 개쯤 되는 것 같다
.
가까이 가면 모과향이 난다
.
지난여름,
초록색 모과를 보며
따서 한입 베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
모과도 감처럼 맛있어서 바로 따서 먹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땅으로 떨어지면서 깨진 모과 조각이
햇볕과 바람에 며칠을 마르더니 주황색으로 변했다
.
신기하다
.
주황색으로
변하는구나.
저번에 보일러가 고장이 났었다.
온수는 되는데 난방이 안 됐다
.
집주인 아저씨가 설비를 하셔서 아저씨께 말하니
만물박사처럼 고쳐주셨다
.
문제는 보일러를 너무 안 써서 기름때가 끼고 막혔던 것.
작년 겨울에 쓰고 난방을 안 썼다
.
기계는 안 써도
한 번씩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모터 가운데 나사 같은 곳을 일자 드라이버로
좌우로
몇 번 왔다 갔다 하니까 신기하게도 다시 됐다.
움직여서 막혔던 것을 풀어준 것이다
.
근데 우리가 난방이 다시
되지 않을까 싶어서
보일러를 계속 틀어놨었는데 그것 때문에 모터가 엄청 열이 받고 뜨거워져 있었다
.
아저씨가 그렇게 하면 작게
고장 난 거 크게 고장 난 다고 했다.
모터까지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드라이버로 될 일을 모터까지
고장 낼 뻔했다!
아저씨가 기계는
고장 나면 무조건 코드를 빼거나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고 했다.
고쳐져서 진짜 다행이고 감사하다
.
친절하고 못하는 게 없는
주인아저씨.
이번에 배운건 보일러가
고장 나면
우선 코드 뺐다가 다시 꽂아보기.
너무 사용을
안 해서 막혀서 그럴 수 있으므
로
일자 드라이버
로 왔다 갔다 해보기.
아 그리고 안 되는데 혹시 될까 싶어서 난방 계속 틀어놓지 않기!
요즘 노란 은행잎이 정말 예쁘다.
은행잎 단풍이 제일 예쁜 것 같다
.
나무도 은행나무가 제일 좋은 것 같다
.
열매가 고약해서 그렇지 은행나무는 참 깔끔한 나무다
.
잎도
떨어질 때 막 부스러지지 않고 깔끔하고.
벌레들도 쫓아준다고 한다
.
나무는 만져보면 한겨울에도 차갑지 않다
.
언제나 그 온도.
나무는 따뜻하다
.
서리가 내리면서 부지런히 상추를 뜯어먹고 있다.
어제도 사다리에 올라가 상추를 뜯는데
고엽이가 지나갔다.
어제 하나로 마트에 갔더니
개점 10주년이라고 바나나
한 손을 990원에 팔았다.
오!! 하며 세 개나
사 왔다.
오는 길에 노각 준 아주머니를 만나서 바나나를
조금 나눠드렸다
.
"바나나가 990원 하더라구요
.
"
"엄청 싸네. 천 원도 안 하네
.
"
드리고 집으로 오는데
너무 작게 나눠
드린 것 같다는 생각이...
나는 세
손이나 샀는데 몇 개만 떼어 드린 게 쫌생이 같다.
그냥 한 손 드릴걸..
.
그동안
몇 번이나 얻어먹었는데!
아주머니도 내 장바구니에 바나나 가득한 거
보셨을 텐데...
소심한 놈 하루가 지났는데 잊어라 잊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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