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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 고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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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강아지
Dec 22. 2021
저녁에 시든 배추 잎을 버리려고 마당에 나갔다.
텃밭에 배추 잎을 던지고 돌아서는데
고엽이가 지붕 위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날도 어두운데 지붕에서 그렇게 쳐다보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고양이
귀신같았다.
고엽이가 계속 지붕에 있길래 놀린다고 허리를 숙여서 숨었더니 고엽이가 갑자기 사라진 나를 궁금해했다.
처음에는 귀만 보였는데 귀에서도 물음표가 느껴졌다
.
나중에는 고개까지 내밀고 나를
찾는 게 우스웠다.
내가 허리를 펴고 다시 얼굴을 보이니까
눈을 얇게 뜨며 늘
하던 대로 다시 나를 무시했다.
전에 살던 집에서 알고 지내던 검은콩은
나랑 친하게 지냈는데 눈은 맨날 노려봤다
.
왜 그런지 생각해 보다가
내가 검은콩보다 키가 많이 크니까
항상
올려다봐서 그렇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한 번은 바닥에 엎드려서 검은콩을 바라봤는데
검은콩 눈이 동그랗고 예쁘게 변했다
.
빛 때문인지, 어리둥절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처음으로 검은콩의 동그란 눈을 본 날이었다
.
빨래를 털다가 옷 지퍼에 손등을 맞았다.
지퍼에 맞으면 너무 아프다.
너무너무 아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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