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극복을 위한 운동일기 - 복싱
신기하게도 요즘엔 우울감을 느끼지 않는다.
꾸준히 운동을 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일까?
하지만 그동안 계속되었던 무기력감으로 인해 운동 전후로는 여전히 흘러내리는 기분이 드는 반고체의 상태는 지속되었다.
복싱장에 들어서 스트레칭을 하고 줄넘기를 하다 보면 정신이 번쩍! 든다.
호흡과 심장박동을 느끼며 조금씩 나의 '깨어있음'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워밍업 운동이 끝나면 붕대를 감고 글러브를 끼는데, 이번엔 새로운 동작 훅을 배웠다.
훅은 갈고리(Hook)에서 이름을 딴 동작으로, 그동안 정면으로 팔을 뻗던 것과 달리, 팔을 휘감아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강하게 치는 동작이다. 이때의 팔 모양이 갈고리 모양처럼 휘어져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스텝을 밟으며, 잽을 정면으로 치며 앞으로 나간다. 그리고 카운터를 쳐야 할 주먹을 어깨에서 몸 바깥으로 내밀고 팔을 벌려 팔꿈치를 주먹과 같은 높이로 올려준다. 주먹은 손바닥이 바닥을 향하도록 고정시키고, 그대로 뻗어 상대방을 타격한다.
나의 경우 왼손이 주력인 사우스포이기 때문에 카운터를 날리는 왼손으로 훅 연습을 시작한다.
다시 스텝을 밟으며 오른손을 뻗어 잽을 날린다. 내 몸도 살짝 전진시키는데, 훅은 카운터보다 치는 반경이 적어지기 때문에, 이전의 원투를 날릴 때보다는 조금 적게 나가는 것이 포인트다.
그리고 잽을 거두며 왼손을 몸 밖으로 꺼내며 팔꿈치를 들어주고 주먹을 왼쪽에서 오른쪽을 향하게 날려준다.
앞으로만 내지를 줄 알았던 팔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전에 쓰던 근육과는 다르게 팔뚝 바깥쪽 근육이 당겨왔다. 살면서 제대로 힘을 줘보지 않았던 삼각근을 쓰려니 영 어설펐다.
다시 자세를 잡고 훅을 날려보지만 파워가 나지 않고 허공에 팔을 휘두르는 모양새에 김이 샜다.
어떻게 하면 힘을 실을 수 있을까 자세를 반복하며 고민한 끝에, 주먹을 휘두른다고 생각하지 말고 팔꿈치를 보낸다고 생각하니 주먹에 조금 더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계속 연습을 거듭하는데, 코치님이 뒷발을 돌리며 허리 힘을 사용하라고 조언해줬다.
다시 스텝을 밟으며 잽을 날리고, 거두며 훅을 날리는데 이전과는 다르게 이제 자세가 나오기 시작했다.
기본 동작을 배우고 이전에 쓰지 않은 근육을 조금씩 단련시키며 동작을 익혀 간다.
반복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아웃풋이 나올 수 있는지 고민을 해본다. 이리저리 시도해보고 시행착오도 겪어본다. 계속 연습을 하다 보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툭 던지는 조언을 바로 흡수할 수 있도록 연습시키는 것이 포인트다. 조언을 나의 것으로 만들도록 다시 계속 연습한다.
어찌 보면 복싱은 한 단계 한 단계가 삶을 사는 이치와도 닮아있다.
기본을 익히고 단련하다 보면 나도 언젠가 세상에 제대로 된 훅을 날릴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다.
계속해서 연습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