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포매니악> 조의 심경에 부치며
SNS에는 가짜 식욕을 식별하는 방법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바로 ‘특정한 음식이 떠오르는 것’이 가짜 식욕이라는 것인데요. 한편 가짜 식욕이 있다면, 가짜 성욕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메뉴가 가짜 식욕의 척도라면, 체위가 떠오르는 것이 가짜 성욕일까요? 카테고리가 다른데, 똑같은 방식으로 대입하는 것은 옳지 못한 방법이네요.
성욕은 일단 인간의 기본 욕구가 아닙니다. 식욕과 수면욕과 달리, 성욕은 본능입니다. 단어 분석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기본 욕구가 영어로 basic needs인 걸 보면, 이해가 됩니다. 먹지 않으면 죽고, 잠들지 못하면 죽습니다. 그러나 섹스하지 않는다고 죽진 않습니다. 다음 후대를 낳지 못할 뿐이죠. 아니, 현대과학의 발전으로 2세는 섹스를 하지 않고도 생산할 수도 있습니다. 성욕은 그런 면에서 욕구보단 욕망에 가까워 보입니다.
성욕에 대한 탐닉은 영화의 주된 소재입니다. 그중에서도 전 단연 라스 폰 트리에의 <님포매니악>이 떠오릅니다. 주인공 조는 “내가 남들과 다른 점은 노을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바랐다는 것뿐”이라는 명대사를 남겼죠. 욕구와 달리 적정선을 모르는 ‘욕망’의 특성을, 그중에서도 성욕의 특성을 보여주는 탁월한 은유였죠. 그는 해가 지평의 표면을 스치는 찰나를 얼마나 연장하고 싶었던 걸까요. 단순히 늘이는 게 아니라 찬란함이 폭죽처럼 터지길 기대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는 “어느 날은 해가 지는 걸 마흔세 번이나 보았어!”라고 외칩니다. 조가 B-612에 갔었다면 만족했을까요? 의자를 움직이면 해를 추격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소행성. 조라면, 의자에 바퀴를 달았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무빙워크를 설치했을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끝없이 타오르는 석양을 오르가즘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