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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금한 민지 Jan 05. 2021

당신의 ‘원초적 본능’은 무엇인가요

새해를 시작하며

샤론 스톤 주연의 영화 <원초적 본능>. 보셨나요?
에로틱 스릴러의 정석과도 같은 영화라 뒤늦게 관람했는데요. 한국어의 ‘본능’이라는 단어가 주는 원색적인 이미지 탓에 그저 색정적인 영화일 거라 넘겨짚었습니다만, 막상 보고 나니 색정과는 거리가 멀더군요. 에로틱과 스릴러의 밸런스가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무엇보다 제목인 ‘본능’에 대해 고찰할 수 있었던 기회였죠.

캐서린은 주변 남성을 성욕을 해소하는 통로로 삼고, 소설에 이용합니다. 이후에는 살인으로 픽션과 현실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버리죠. 모든 사건 현장에는 얼음송곳이 등장합니다. 우리에게는 그저 위스키를 온더락으로 마시려고 할 때 사용하는 도구지만, 영화에서는 캐서린이라는 캐릭터를 드러내는 상징물입니다.

영화 <원초적 본능> 예고편 캡처




사전에서 ‘본능(instinct)’을 검색했습니다. 내부를 뜻하는 ‘in’과 ‘찌르다’를 의미하는 ‘stinct’가 결합된 단어라네요. 결국 본능이란, 스스로 찌르고 몰아세워서, 결국 ‘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무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끝이 뾰족한 형태의 얼음송곳을 살인 도구로 채택한 각본의 안목이 놀라웠습니다.

instinct’의 다른 뜻은 ‘소질’입니다. 본능에 충실한 것은 분명 소질입니다. 내면의 목소리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난관도 뚫고야 마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죠. 강렬한 욕구와 실현 의지,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노하우 3가지가  뒷받침되어야 하죠. 캐서린의 본능이란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허구의 세계를 위해 리얼리티를 가감 없이 이용하는 것일 테고, 얼음송곳은 이를 구현해줄 도구라 볼 수 있겠네요.



제게 지난해 제일 잘한 일 중 하나는 에로십 프로젝트 연재입니다. 에로티시즘과 글쓰기를 갖고 뭐라도 하고 싶었던 본능에 충실한 결과라 볼 수 있죠. 일상에서의 성에 대한 엉뚱한 단상은 물론 문학과 영화에서 다뤄진 성을 변태적이고 비스듬한 각도로 풀어내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이 이 시리즈의 시작이었으니까요.

2021년에는,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단 2020년에 뿌린 일들의 다음 계절을 보려 합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묵묵히 호응해주신 덕에 글쓰는 맛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좋았으니, 그 너머를 봐야겠죠. 날것의 본능을 탁월한 결과물로 벼리어줄 장기를 탐색하려고요. 저만의 ‘얼음송곳’을 찾아낼 겁니다.

2020년은 코로나 19로 우울에 시달렸던 해이지만, 그만큼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새해는 자신의 본능에 더욱 충실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결국  인간의 본능이란 그를 다른 인간과 구분 지어줄 그만의 독침입니다.  안에 자신의 소질이 웅크리고 있을 거예요.

당신만의 원초적 본능은, 무엇인가요?


영화 <원초적 본능> 예고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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