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 ‘프라이스리스’가 의미하는 것

세상 최고의 사치, 사랑

by 궁금한 민지

‘시네마 아마퇴르’에 올라오는 모든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값을 헤아릴 수 없는’. 영화 제목이 참으로 명쾌하다. 과연 화면을 가득 채우는 것은 값비싼 명품들이다. 주인공 이렌은 니스에 머물며 부호들의 주머니를 낚으며 살아간다. 구두를 사기 무섭게 최고급 검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며, 다음 씬에서는 캐비어를 먹고 있다. 그는 자신이 쓰고 있는 호텔 나이프가 어떤 수고로움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꿸 정도로 열성이다.

쟝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웨이터다. 그는 이렌에게 반하고, 둘은 짧은 데이트를 즐긴다. 그러나 쟝은 자신의 예금을 탈탈 털어 한달치 월급을 숙박비로 긁어가면서도 그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결국 그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이렌에게 외면당한다. 쟝에게 남은 건 무자비한 숙박료뿐. 곤경에 처한 쟝 앞에 부유한 중년 여인이 나타난다. 이윽고 쟝은 그 곁에 머물면서, 내내 소비하는 삶에 조금씩 젖어간다.




어느덧 쟝은 이렌을 닮아간다. 호텔 나이프의 출처 쯤은 우아하게 술술 읊을 수 있게 된다. 쟝의 변화에 이렌은 동요한다. 이렌은 겨우 셔츠 두 장 받았냐며 쟝을 한심해하는 한편, 여인과 웃고 있는 그를 보며 쓸쓸해한다. 쟝 역시 여전히 이렌을 좋아한다. 그는 틈날 때마다 이렌을 만나러가며, 늦은 밤 이렌과 정부의 호텔방에 전화를 걸어 되지도 않는 소리로 훼방을 놓는다.

중년여인이 가진 풍족함을 누리면서도 이렌이 어려울 때마다 돕는 쟝. 그리고 자신이 곤란할 때마다 나타나는 그의 우직함에 흐뭇해하는 이렌.

영화 속에서 가장 ‘priceless’한 것은 화려한 명품이 아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것은 타인의 마음을 얻고,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허락하는 행동, ‘사랑’이다. 이렌이 선택한 삶, 쟝이 젖어들고 있는 풍요한 삶에서 사랑은 사치다. 앞서 이렌은 자신을 사랑한다며 쫓아온 쟝을 보고 코웃음친다. 그러나 그에게도 여전히 사랑은 근원적인 욕구다.




영화는 사랑을 깨달은 이렌이 자신의 곁을 지켜주었던 쟝과 떠나는 것으로 막을 내인다. 행복한 엔딩과 달리 입에는 씁쓸함이 남는다.빈털털이가 된 두 사람은 톨게이트에서 요금 1유로를 맞닥뜨린다. 쟝은 당황하고, 이렌의 눈빛은 흔들린다. 쟝은 주머니에서 허둥지둥 1유로를 꺼내고, 그들은 가까스로 니스에서 벗어난다. 이전의 삶과 작별하기 위해서도 1유로가 필요한 것.

이 한 장면으로도 녹록지 않을 그들의 앞날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랑’을 얻기 위해 그들은 ‘사랑을 제외한 모든 것’을 버려야했다. 그들이 사랑을 선택한 순간, 사랑은 인생 최고의 사치였다. 현실에는 사랑을 위한다면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그들의 사랑이 연약해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사랑에 관한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우화, 영화 <프라이스리스>였다.



피에르 살바도리, <프라이스리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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