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점은 먼지만큼도 중요한게 아니야,중요한건 따로있지
부모가 아이의 백점에 관심갖지 말자
며칠 전 둘째가 책가방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었다.
"엄마, 이거 받아쓰기 표인데 이거 공부하고 시험도 본대!"
둘째는 긴장감이 약간 담긴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나도 대답을 했다.
"아, 이거 받아쓰기~이거 오빠도 했던 거네, 시험 보는구나"
"엄마, 나 이거 백점 맞아야 하니까 공부할 거야."
둘째의 성향은 약간 이런 걸 엄청 잘하고 싶고 준비물도 날짜에 딱 맞춰서 가져가야 하고 뭐랄까... 준비성이 철저하고 기억력도 어마무시하게 좋은 그런 편이다.
(사달라고 한걸 알았다고 하고 넘어가면 잊어버리는 첫째와는 다르게 끝까지 기억을 한다ㅎㅎ)
나는 아이에게 예전에도 항상 말했었지만 이번에도 기다렸다는 듯 주입을 한다.
"근데 있잖아, 이런 거 백점 맞으면 물론 너무 좋고 그런데 꼭 무조건 백점을 맞아야 하고 안 맞으면 슬프고 그럴 필요는 없어. 그 정도로 중요한 것도 아니고. 중요한 건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는 거 그 자체야. 공부만 잘했으면 그다음은 백점 아니어도 돼."
"엄마 그러면 90점 까지는 괜찮은 거야?"
"아니? 한 70점 까지는 괜찮지 않나? 60점은 너무 못 본 것 같잖아?ㅎㅎ 엄마 학교 다닐 때 엄마도 70점 까지는 괜찮았었던 거 같아. 근데 60점대 아래로 내려가면 엄청 화가 나던데.. 엄마는 하여튼 70점대 까지는 좋은 거 같아"
나의 무슨 말도 안 되는 이 말들을 아이는 상당히 새겨듣는 것 같은 그런 표정으로 묵묵히 들어주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좀 말이 이상한 것 같아서 바로 다시 이야기를 했다.
"시험준비를 열심히 하고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점수가 안 좋게 나왔다. 그럼 상관없어. 그건 괜찮은 거야. 그런데 시험공부를 하나도 안 해놓고 점수가 못 나왔다. 그럼 뭐 그건 아주 별로인 거지. 반대로 공부 하나도 안 했는데 점수가 높게 나왔다? 그것도 되게 별로야. 하여튼 결론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비를 했다 그럼 그걸로 된 거야."
이렇게 말하고 아이와 1급 받아쓰기를 같이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 아이는 받아쓰기표를 저녁에도 소파에 갖고 와서 계속 읽어보고 첫째랑 암기하는 방법도 이야기하며 또 공부를 했다. 아마도 이 시험이라는 게 꽤나 거슬리고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받아쓰기 시험 보는 날)
"엄마, 나 백점 맞을 수 있겠지?"
(그렇게 말했는데 또 백점타령)
"아이고~엄마가 어제 말했잖아, 너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백점 같은 건 신경 쓸 필요도 없어. 공부 잘했으니까 그걸로 됐어. 이런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편하게 시험 봐"
둘째를 교문에서 배웅하고 돌아오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다.
이 작은 아이한테 백점이라는 게 중요하고 엄청 잘한 거라고 해주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어제처럼 공부만 잘했으면 된 거라고 하는 게 맞는 걸까.
결론 없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쏜살같이 다가오는 하교시간. 정말 어마무시하게 마법처럼 금방 다가오는 하교시간에 맞춰 둘째를 데리러 갔다.
"엄마~나 한 개 틀려가지고 9점이야.
'공룡 이야기'에서 점찍으면 안 되는데 점찍어서 하나 틀렸어"
나는 속으로 70점 맞을 줄 알았는데 너무 잘 봐서 깜짝 놀랐다. 아, 여기서 9점은 90점이다. 즉 한 개 틀린 것.
"우와, 정말 잘했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미술학원에 데려다주었다.
아이에게 성적으로 타박하고 비아냥 거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게 정말 쉽지 않을 거란 것도 아주 잘 안다. 그래서 더 노력하고 있다. 나를 컨트롤한다고 해야 하는 게 맞겠다.
수행하는 부모의 삶인 것 같아서 웃음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