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잊고 살았다

2023년 조양제의 시.2

by 조양제

숲에서 갓 만든 공기가

내 코 속으로 스며든다

비와 안개를 버무린

참 맛있는 공기

초록의 생명에서

내 생명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선순환이여


이런 공기를 흔하게 생각했다

숨 쉬는 이 순간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세상에 당연한 게 어디 있을까

세상에 거저 주어진 게 어디 있을까


보여지는 것의 기쁨

들리는 것의 환희

내 신체의 모든 감각이

우주와 손을 잡을 때

이 만남을 준 하늘에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맨발로 비가 그친

새벽 숲 속을 거닐 때

어머니 같은 땅의 부드러움과

아버지 같은 나무의 포용력

그리고 내 단점을 숨겨준

누나와 같은 안개의 순간적 배려

이 순간 만큼은 나뭇잎의 힘을 빌린

이브의 부끄러움도 다 잊는다


물소리 새소리가

귀를 파고든다

사람의 소리에 찌든 감각이

이들의 연주에

뇌 주름 사이에 꽃이 핀다


나는 잊고 살았다

이 좋은 것들의 엄청난 감사를

나는 너무 잊고 살았다


살아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이 감사함의 희열

나의 감탄사에

하늘의 숨결이 묻어 있다


당연하게 걸었던 날들

그러나 그 걸음조차

기적이었음을

시원하게 내 보내는

나의 배설물들

그 당연함조차

기적이었음을


나는 잊고 살았다

나는 너무 잊고 살았다

숲그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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