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사랑의 꿈을 사랑 _임윤찬 서울 예술의 전당 피아노 리사이틀 후기
1. 클래식 입덕은 예견된 미래 같은 것
2. 실물 영접
3. 그리하여, 클래식에 퐁당
1. 임윤찬에 관한 세 가지 뉴스
2. 쇼팽 에튀드 선공개와 예습
3. 여러 피아니스트들의 쇼튀드
4. 쇼팽 에튀드 뜯어먹기
1. 사계 탐구 _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예습
2. 여러 피아니스트들의 사계 _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예습
3. 사랑의 꿈을 사랑 _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후기 / 서울 예술의 전당 2024.6.22.
1. 2024 상반기 클래식 플레이리스트
축 클래식 입덕 카테고리에서 이전 글들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클래식 다이빙
클래식에 퐁당 빠진 후,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를 통해 여러 음악 사이를 유영해 본 지난 시간들. 이번에는 뛰어들 차례! 더 잘 감상하기 위해 보고 들었던 것, 직접 겪고 새롭게 빠진 것들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에튀드 기다리며 열심히 예습했는데 갑자기 시험범위 바뀜 이슈. 선생님 저 같은 저학년은 어찌하라고... 급하게 하나 둘 뜯어먹다가 에라 모르겠다, 떠먹여 주겠지 라는 심정으로 연주장 입성했다. 그래도 쫌쫌 따리 한 예습과 현장에서 느꼈던 기분들을 모아 모아 날아가기 전에 적어둔다. 좋아하는 걸 남기자!
https://brunch.co.kr/@chocowasun/130
3. 사랑의 꿈을 사랑 _임윤찬 서울 예술의 전당 피아노 리사이틀 후기
쇼팽의 에튀드에서 갑자기 바뀐 프로그램이었지만 부지런히 들어보고 내가 갈 마지막 공연 전에 올라오는 후기들도 읽어보았다. 차이코프스키의 사계는 그전부터 좋아하던 음악이라 (공연을 앞두고는 일부러 듣지 않았지만 이전에 유튜브에 올라온 임윤찬 녹음본으로도 들어보았다) 새롭게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음악을 들어보았고, 무소로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처음 들어보아서 관현악 버전으로 먼저 듣게 되었다. 듣기에 난해하고, 이해하기 쉬운 곡은 아니었지만 프롬나드를 통해 차곡차곡 정리해 나가다 터지는 파괴력이 있는 레퍼토리로 다가왔다.
비 오는 주말. 두 번째 만나는 임윤찬 공연. 사람도 많아서 그런지 워낙 이렇게 기침소리+뭘 떨어뜨리는 소리가 많은지. 이 정도면 조용했다는 게 그럼 제대로 난리면 어느 정도인지 물음표 오백 개!
멘델스존의 무언가와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멘델스존의 무언가로 리사이틀이 시작되었다. 묶음으로 만들어 치고 싶은데 1월이 시작으로는 강했는지 어울리는 다른 곡을 붙인 느낌이다. 산뜻하고 따뜻한 시선. 정해둔 묶음대로 끊어서 연주했고, 연결되는 각 곡들 사이는 워낙 한 곡인 것처럼 쳤다.
특히 가장 좋아하는 곡인 6월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 올해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였던 그 순간에 들어와 있음이 실감 났다. 한 공간에서 지금 연주되고 사라질 (물론 커다란 카메라 여러 대가 녹화 중이었지만) 음악을 들을 수 있다니. 이래서 공연을 가야 한다! 연주회를 가기 전 방송을 통해 듣고 큰 위로를 받은 6월을 현장에서 듣고 있자니 슬프고 기쁜 마음. 원래 무언가를 좋아하면 시도 때도 없이 벅차거든요... 눈을 데구루루 굴려 봐도 찔끔 눈물이 났다.
전람회의 그림이 2부 곡이기도 하고, 새롭게 치는 레퍼토리이기도 해서 사계는 비교적 묻힌 감이 없잖아 있지만, 나에게는 최고의 순간이었다. 콩쿠르의 광기 라흐 3과 초절기교로 입덕하였지만, 깊이 빠지게 된 이유는 서정적인 연주를 해내는 모습이기에 사계가 더욱 좋았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무소로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으로 인해 알게 되었다. 차가운 미술관 복도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과 달리 실제 곡에서는 가벼운 발걸음부터 음표들로 후드려 맞는 마무리까지 경험할 수 있다. 세상을 떠난 화가 친구의 그림들을 떠올리며 작곡되었다고 한다.
어린 조성진의 연주, 아슈케나지와 필하모니아 관현악단의 협연으로 예습하였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다지 내 취향의 곡은 아니었다. 예습 때도 귀에 익지 않았고, 피아노와 싸우는 액션영화, 합이 잘 맞는 무술 차력 쇼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연주에 사력을 다하는 임윤찬의 모습에 얼이 빠질 수밖에. 머리가 푸슬하게 젖을 만큼 온몸 연주를 보여주었다. 관객들 멱살을 잡았다는 첫콘에 비해 이성을 찾은 마지막 공연이었다고 한다. 건반을 내리치는 모습을 보니 학생 손가락 아껴 써... 지금이 영원할 것처럼 모든 걸 아끼지 않는다.
리스트의 사랑의 꿈
앙코르로는 이번 국내 리사이틀 내내 같은 곡이 연주되었다. 차이코프스키의 서정적 순간과 내가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의 꿈!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첫 번째 리사이틀에서 앙코르 한 곡을 연주한 후에, 한 곡만 더 친다고 하며 연달아 친 곡이 바로 사랑의 꿈이다. 리사이틀 내내 사랑의 꿈까지 두 곡의 앙코르로 굳어지게 된 것 같다.
지난 뮌헨 필하모닉 협연에서도 앙코르로 사랑의 꿈을 쳤었고(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여태까지 협연과 리사이틀에서 수많은 앙코르에 등장한 곡이다.
임윤찬이 연주한 여러 버전이 있고, 내가 들었던 것과 듣지 못한 것, 유튜브에 남겨진 영상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버전을 꼽자면 바로 명동성당! 어리고 여리지만 용감한 사랑이 음표 속에 있다. 작은 홀에서의 분위기와 좀 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라 위그모어 버전도 좋아한다. 이번에도 직접 볼 수 있어 행복했다.
인터뷰에서 말하길, 마음이 향하는 곳이 사랑이기에 피아노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하는데 학생... 나아중에도 한 번 쳐줘. 지난 공연을 보고 나서 어른이 되어 연주하는 사랑의 꿈을 듣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자주 듣게 될 줄이야!
https://youtu.be/uot-FzSto20?si=VildszkpAGd06Gck
https://www.youtube.com/watch?v=RJeGcWZ-K5Q&t=9s
처음 들어보고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곡을 초절기교 쓴 사람이 썼지 싶었다. 정말! 반해서 꿈에도 나오고 운전할 때도 생각하고, 하루 종일 흥얼거리며 불렀다. 그리고 뒤쪽의 부분에서는 이소라의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의 한 부분과 아주 비슷한 선율도 있다. 발라드 듣고 자란 한국인이라면 좋아할 것이야...
여러 피아니스트들의 사랑의 꿈
선율도 아름답고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어(길이도 적절) 여러 피아니스트들이 앙코르 때 연주하곤 한다. 사랑에는 슬픔과 기쁨이 동시에 들어있어서 어떤 감정을 생각하며 연주하느냐에 따라 곡이 아주 다르게 느껴진다.
미하일 플레트뇨의 깨끗한 버전, 카티아 부니아쉬빌리의 끈적하고 깊은 버전, 어린 키신의 저음이 아름답고 부드러운 버전, 조성진의 차분하고 섬세한 버전(꼭 최근에 연주해주었으면 한다! 궁금해요 선생님), 손열음의 소설 같은 버전, 루빈스타인의 마음이 미어지는 버전, 랑랑의 보폭이 큰 버전 외에도 바란보임, 아라우 등등 모두 아름답다.
https://www.youtube.com/watch?v=9CU0L8e64_o
https://www.youtube.com/watch?v=FZ651tNXp0Y
좋아하는 음악이 생기면 여러 연주자들의 버전을 들으며 비교해 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다. 같은 곡을 다채롭게 들어보면, 연주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좀 더 이해가 쉽게 된다. 큰 분위기만 파악해 보거나 시작하는 앞부분만 들어보아도 얼마나 다른지 실감이 난다.
이렇게 언젠가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사랑의 꿈에 관한 내용으로 앙코르까지 마친다.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당분간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투어 일정이 매우 빡빡하게 잡혀있다. 다치지 말고, 영혼을 닳지 않게 돌보며, 무사히 원하는 바를 성취하길 바란다. 그 걸음을 동시대에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다음 글은 최근에 들었던 좋은 곡들로 돌아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