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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들 seondeul Jan 08. 2018

귀촌일지

쪽_2018.01.08

청주 백로식당




동그란 고기 먹고 싶어, 하면 가던 식당이 있다. 빨갛게 양념된 동그란 고기보다 볶음밥이 더 맛있었다. 호일 모서리를 착착 접고 스댕 밥그릇을 턱 얹어서 익히는 볶음밥. 고기를 먹으면 밥을 볶아야 한다는 신앙심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청주로 온지도 2년이 되었는데, 왜 이제야 동그란 고기가 생각났는지. 본점은 없어지고 남은 분점을 지도를 보며 헤매다가 찾았다. 다른 식당을 처음 방문했을 때와 다름없는 낯선 첫인상이었다.      


호일 위에 빨간 양념을 대충 묻힌 동그란 고기가 쏟아졌다. 수저를 입으로 가져다 대자마자 보자기에 묶여있던 기억이 녹아내렸다. 어른들이 오랫동안 술을 마시며 밥을 먹을 동안 식탁 밑에 엎드려 색칠놀이를 하던 바닥의 온도, 너무 많이 앉아 말랑해진 방석의 무늬와 앞치마가 걸려있던 까만 옷걸이가 지나갔다. 기억해야지 한 적도 없고, 떠올려보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거니와, 이처럼 오래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사라지지 않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맛이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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