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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들 seondeul Jul 02. 2020

2020과 2/4 승강장

4/5/6월의 일기

2020과 1/4 승강장   https://brunch.co.kr/@chocowasun/80



4.5. 일

부디 지치지 않아야 할 텐데. 바람을 향해 뛰는 가젤 짓을 꾸준히 하는 군. 멍하다     



4.8. 수

휴. 안예은의 노래로 이 봄을 보낸다.      



4.14. 화

벌써 화요일. 날씨는 요 며칠 늘 좋았지만, 서늘함보다 따스함의 함량이 높아지고 있다. 에어컨을 틀 날이 머지않았다. 앞뒤로 열어둔 문으로 부는 바람이 부드럽다. 모르겠는 기분을 파도 삼아 서핑하는 쿨 키드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수영도 못하는 개미. 개미 살려!      




4.15. 수

이 정도면 그냥 안 자고 싶은 건가 싶다. 잘 올 때도 있으면 안 올 때도 있는 거지. 디카페인으로 커피를 내려먹었더니, 제로콜라마냥 영혼이 없는 덕에 하루 종일 구름 위다. 뭘 해도 몽롱하군. 여태 낮시간을 버티던 건 카페인 빨이였나보다.      

날씨가 너무 좋다.  어제는 편지로 사랑고백받고, 오늘은 먹을 걸로 감사 표현을 받았다. 감사하여라. 날씨가 좋은 탓이 여기에 있다.      

평화로운 나날이다. 살얼음을 누리는 법이 늘었다. 그리고 빨리 얼린다. 세상만사 잔기술만 는다.      

서로의 얼음을 기원하는 친구의 말을 떠올린다. 지지대 삼아 나의 하늘로 향해야지.      

감성다큐 숨) ‘태어나기를 선택한 존재는 없다. 그저 살아하는 것이다. 식물과 인간 모두.’     



4.17. 금.

하루 종일 날씨가 변덕이다. 여우비부터 천둥번개까지 난리다.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어두고 문을 앞뒤로 열었다. 작년 여름이 기억도 나질 않는다. 더듬어봐야 떠오르는 몇 가지의 일들. 억만년 전만 같다.      

소나기가 딱 물을 주는 만큼 왔다.      

나무의 새순이 눈이 시린 연둣빛이다. 고목 같던 마음도 녹일 그런 색이다. 올봄도 적당히 찌르르하게 지나간다. 애매하구나, 모든 게.      




4.21. 화

다시 기운이 나서 할 일들을 정리해봤다. 시소의 위쪽인가 보다.

자기 pr이 브랜딩이고 그걸 많이 하는 인간일수록 자본과 가까워지는 시대. 소심함이 발목을 잡는다. 생각이 너무 많다. 내향성 인간의 최후... 이런 고민 때문인지 꿈엔 순례길을 걷다 가방을 잃어버렸다. 가방의 존재를 안 순간부터 잃어버릴 것 같았는데 어느새 보니 역시나였다. 현실의 나에게는 가방이 많다. 잃어버릴 것 같은 가방을 양 손에 욕심껏 들고 지도에 없는 길을 뛰고 있다. 친구가 인도 여행 때 본 여행객 이야기가 생각난다. 몇 달째 떠돌고 있지만 짐은 작은 주머니 하나. 물건도 생각도 많은 나에겐 그 불안을 어떻게 버리고 정리했는지 알 수 없다.      

바람이 많이 분다. 수양 자작의 가지가 흔들린다. 연약한 싹을 달고 휘영청.      

+) 가름 줄이 벌써 가운데를 향한다. 일기를 꾸준히 쓰는 일은 사 년 간 새해 소원이었다. 시도한 지 4년 만에 습관이 되었다. 40년간 쓰게 해 주세요, 뭐라도!     



4.22. 수

바람이 많이 불고 손이 시리다. 공기 중에서 초겨울 냄새가 난다. 평화로운 일상. 잘 먹고 잘 자고 잘 일한다. 한 칸 한 칸 나아지고 있다.      



4.23. 목

어제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일기를 쓰다 말고 잊어버렸다.

부스스 일어나서 밭에 물 주고 고양이 밥 주고 밥 먹고 치우고. tv보다 출근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것 말고는 더할 나위 없이 평안함.      

<요즘 느낀 행복한 것>

-매운 거 먹고 서늘해지는 기분

-믹스커피 2개+얼음 (간 잘 맞아야 함)

-착착 해쳐나가는 할 일

-버터의 털 냄새=햇볕에 말린 빨래 냄새

-문을 다 열어두고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 때

-굿나잇 인사 후 이불 두 겹에 쌓여 기꺼이 취하는 평화로운 시간     




4.30. 목

일주일 순삭. 휴일도 희미한 평소 같은 일주일. 날씨가 환상적이다. 1년 내내 이 날씨면 밑도 끝도 없이 해맑아질 것 같다. 좋아하는 노래와 날씨가 마음의 담요가 된다. 이제 5월이라니. 5월이면 괜히 들뜨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지나가는 시간이 더 두렵다. 그린고트의 열차를 타고 도깨비의 손 끝을 따라 머리칼을 휘날릴 수밖에 없다. 선물 받은 책의 말처럼. 주어진 숨만큼 살아야지. 깊게 들이마시고, 쉬고. 후 하!     



5.1. 금

엄마 왈“공기가 덩실덩실 바람이 둥글게 부는”5월이다.      




5.6. 수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쉰 휴일. 쉬고 있지만 더 열심히 쉬고 싶어서 최선을 다해 누워있었다.

잘 지내냐는 말에 망설임 없이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다 말할 수 있어 기쁘다.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유하던 때와 같을 순 없지만 여전한 친구들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 나의 어떤 모습도 거기 머물기 때문일까.      

부쩍 새들이 많이 찾아온다. 뉴페이스인 갱스터 고양이가 눈도 안 피하고 사료를 먹는다. 간절하다. 다 인간의 잘못이지. 유기견 보호소 사진을 어쩌다 보게 되었는데, 꿈에 나왔다.      



5.7. 목

꽃가루 덕분에 바닥과 책상이 버석거린다.      



5.13. 수

벌써 5월 중순. 아까운 날씨가 이어진다. 민들레 홀씨의 비행을 위해 바람이 많이 부는 건지, 5월의 바람에 맞춰 머리가 쇠게 되었는지. 앞뒤 없는 생각도 이어진다.      

처음엔 좋아 보이던 인간도 양면적이다. 세상에 다 좋거나 다 나쁜 건 없다. 인간은 생김새도 보는 눈도 입체여서 그 형태에 맞게 역사도 입체적이다.      




5.14. 목

화요일 다녀온 운동의 근육통이 이제야 없다. 아직 팔 뒤는 뻐근. 아카시아 향이 훅 끼치고 비둘기 우는 시기가 시작한다. 작년 이맘때의 기억이 딸려온다. 기억나는 건 흰 꽃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전시를 열어 마시멜로 구워 먹은 것뿐. 뭔가를 많이 했던 거 같긴 한데 희미하다. 남은 건 그런 건가보다. 덕분에 흰 꽃들의 얼굴을 면밀히 보게 되는, 다시 5월이다.      

열정, 기쁨, 고됨.. 나도 그런 시기일까. 지나고 나면, 그때가 예뻤지, 좋았지, 후회하고 싶지 않은데. 여태 껐은 그다지 후회형 인간은 아니었다. 아쉬운 점은 많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그때는 그때니까 하고 넘어가고 잊어버렸다. 요새는 후회할까 봐, 그 전조증상인 것만 같아 무섭다. 주어진 것, 쥐고 있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귀한 것인지 어렴풋이라도 알아서 일까.

완벽하지 않아도 되니 매듭지었으면 좋겠다. 그 습관만 들어도 나는 좀 더 괜찮은 인간이 될 것이 분명하다. 알았으니, 이제 해! 이랴이랴, 달려라 김다수리... 하며.. 감기는 눈...     



5.15. 금

뭔가 일주일이 길면서 짧다. 진부하지만 매일이 그렇다. 그래도 지루하고 힘든 게 없이 하이라이트만 이어진다면 그건 빛나지 않겠지. 질긴 시간들도 잘 씹어내었으면 한다.      




5.22. 금

그림 그리러 온 9살 친구 왈

아... 내 인생. 제 인생은 하늘에서 돌이 비처럼 떨어져요.

그럼 선생님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나는 피하지.

저는 우산을 쓸 거예요.

그리고 그 소리에 맞춰 춤을 출거예요.      



5.29. 금

일기에 제일 많이 쓰는 말 “벌써”

인생 벌써다.      

벌레 잡다 넘어진 발이 욱신거려 한의원 갔다 정형외과 갔다 했다.      




6.2. 화

올해 말이 되었을 때, 무엇을 하면 뿌듯할까. 돌아본 자리에 있을 것들을 만들 타이밍이다. 관성이 무서운 게, 쉬니까 너무 편하고 좋았다. 그저 그런 인간이 되는 건 너무 쉬워서 이렇게 돌이켜봐야만 실감이 난다.      



6.4. 목

폭염이다. 마스크 안에 땀띠가 나기 시작했다. 윤달이라 시원한 것도 이젠 끝인가 보다. 간혹 부는 바람이 반갑다. 울타리를 밝히던 샤스타데이지도 끝이 나간다. 최종의 최종까지 두다가 시들기 전에 꺾어다 꽂아 놓는다. 물 잘 갈아주면 밖에서보다 오래간다.      

백만 번의 다짐+ 한 꼬집의 행동. 아이고 나야...     



6.16. 화

다시 일주일의 사이클. 내면에 집중하자. 내가 단단하면 나머지는 다 물이 되어 흘러간다. 그러면서도 생생하게 살아내길.. 언제나 중얼중얼 외는 말...     

비긴 어게인에서 이소라가 소원을 빌 때마다 “노래하게 해 주세요”한다 했다. 나에게도 그런 힘을 빌릴 때 읊조려 보는 주술이 있다. “창작하는 사람으로 사는 힘을 주세요.” 힘을 좀 받으면, 누가 좀 더 툭 밀면 창작은 내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힘을 주세요!!!라고 스스로에게 빌자. 그게 빠르다.      





6.23. 화

귀찮음에도 빨리 놀려고 키보드를 날아다닌 나에게 치얼스! 건강이 정말 중요하다. 매일 움직이고 스트레칭 틈틈이 하고 좋은 음식을 챙겨 먹을 것. 조금이라도 괜찮을 때 건강관리해야지, 나중엔 소 잃고 고칠 외양간도 터만 남아있을 판이다. 건강 건강! 해야 하는 걸 열심히 하는, 해내는 사람이 되자. 그리고 더워도 짜증 조금만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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