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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들 seondeul Jul 01. 2016

월간 마당

월간 마당 7월 호


월간 마당 7월 호      

[월간 마당 현장 인터뷰] 한여름 ‘느타리봉’ 마당 토크, “저희의 성장을 지켜봐 주세요”(인터뷰)

Posted by 식물맘 입력: 2016/07/01 01:20:12     



 안녕하세요, 월간 마당 기자 식물맘입니다. 오늘도 이 곳, 느타리봉의 마당을 직접 찾아왔습니다. 한 해의 허리께, 지금 이곳은 마른장마로 인해 무더위가 기승입니다. 더위에 지친 마당의 식물들을 만나보았습니다.

     


식물맘: 안녕하세요, 오앵님, 이 더위 어떻게 견디고 계신지요?


앵두의 현장 제보_ 우리 열매 예쁘쥬?


오앵: 그나마 앵두를 털어낸 후라 시원해요. 고개도 덜 아프구. 어깨가 영 결렸었는데. 다행이죠. 저는 수돗가 근처에 살고 있어서 물이 부족하진 않거든요. 옆에 이 친구들에게 미안할 따름이에요. 제 그림자가 민폐는 아닌지.








나리: 아휴 형님 아닙니다. 저는 형님이 옆에 계셔서 더 좋아요.


오앵: (미소)     











식물맘: 궂은 날씨도 우정을 빛바래게 할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고, 눈부신 성과를 이루어낸 친구들이 있다고 하여 찾아와 보았는데요, 이곳이 바로 꽃과 허브 존입니다.    


   



캐모마일: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거의 물에 잠기다시피 해서 싹을 틔울 수조차 없었다구요. 이거 인터뷰하면 우리 주인한테도 얘기가 들어가는 건가요? 아 안 되는데. 그래두 나중엔 물길도 내주고 퇴비도 듬뿍 주고, 고맙긴 해요, 조금. 근데 저는 아침이 화면이 제일 잘 받는데, 아침에 찍으시면 안돼요?     







민트: 힘들게 겨우겨우 키만 조금 컸는데, 맨날 와서 킁킁거리구 괴롭히더니, 참나. 오늘은 머리채를 죄 뜯어갔어요. 예쁜 잎사귀만 똑똑 끊어가도 아까울까 말까 한 모냥인데. 아주 무자비해요, 무서워 무서워.


익명의 제보자에게 받은 현장 사진_이거 봐, 머리채를 기이냥!


바질: 저는 차마 떡잎이 지기도 전에 아주 싹 훑어갔다니까요. 요 며칠 괜찮다가 모찌렐란지 모짜롤린지 무슨 도시 음식을 사왔다구, 모가지 성할 날이 없어요. 어쩌겠어요, 부지런히 커야지.       


모짜렐라! 와구와구


식물맘: 무자비한 수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식물들의 제보를 들어보았는데요, 노조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수레국화: 제가 요새 제일 핫해요. 아시나? 이런 보라색 보신 적 있어요? 주인은 아침저녁으로 내 사진을 찍어가요. 포즈 잡느냐구 힘들다니까. 내가 저 밑에 할머니네 집 수레국화보다 예쁘대요. 당연한 소릴. 페이스도 비율도, 비주얼 자체가 워낙 독보적이니까. 뭐, 그냥 이 정도예요.       









식물맘: 수확을 한 차례 마치고 난 후의 터전에 새로이 자리 잡게 된 친구들 또한 이 여름을 힘차게 견뎌내고 있습니다.      


감자 나가고, 콩 심던 날.





콩: 저는 4일 만에 싹이 텄어요. 그냥 꾹꾹 흙에 눌러놓았을 뿐인데 말이에요. 이 집사는 세 사람이 어찌나 입을 쩍 벌리고 가던지.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열심히 해보려구요. 소문엔 제가 있던 곳이 감자가 있던 곳이라던데. 걔네 나간 날 저랑 같이 새로 들어온 신입 감자도 있어요. 야, 인사해.


감자:......     







식물맘: 아... 정말 안타깝지만 아직 소식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모두의 건투를 빕니다. 주식 존으로 옮겨 가 다음 인터뷰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가지: 이렇게 더운데, 어떻게 다들 팔팔한 거야. 난 그냥 살아만 가는 것도 벅차. 충분히 내 할 일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해. 날 신경 쓰지 않아줬으면 좋겠어. 차라리 옆에 이 친구를 인터뷰해봐. 나야, 올해 태어나 이곳에 왔다지만, 저 친구는 벌써 몇 년은 살았던 친구라던데, 아주 키가 나만해.


블루베리: 아... 저... 그게 안 크려고 안 큰 건 아닌데. 네? 왜 키가 작냐구요? 그건 그게.. 이봐 기자, 그럼 뭐 당신은 그렇게 생기고 싶어서 그렇게 생겼나?          


블루베리의 현장 제보_ 키 작으면 어때, 할 일은 잘 한다구욧!



식물맘: (급하게 자리를 뜨며) 친절한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마당의 최장신으로 급부상하여, 뭇 동네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옥수수를 만나보겠습니다. 옥수수님! 계에에시나요오오오오     


옥수수: 저어어어어 여어기에에에 이이있 어요오오오오


까마득

식물맘: 마..마이크가 잘 안 닿아요! 까치발을 해도!


부우웅ㅇㅇㅇ부웅ㅇㅇㅇㅇ (벌 떼의 공격)

    

.식물맘: 으악! 그, 그럼 저는! 큼큼.




다가올 본격적인 여름에 다시 한 번 성장할 모습들을 기대해보며,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월간 마당, 식물맘 기자였습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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