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el May 30. 2019

더블린 수영장엔 탈의실이 없다고?

라스마인 스완 레져 센터에서 수영 다니기

지난 27일을 기점으로 더블린에 온 지 두 달이 지났다. 그 동안 두 번의 이사를 했고 한 번의 자원활동을 했고 기사가 두 차례 나갔다. 구직 활동은 꾸준히 하고 있는데 프로세스가 느린 아일랜드 특성상 일단은 아직 ing 상태다. 확실해지면 나중에 정리를 한 번 해서 글을 쓸 예정이다.


더블린6에 있는 라스마인에서 지내는 가장 큰 장점은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졌는데도 시티 센터처럼 북적거리지 않은 안전한 주거 구역이라는 점이다. 라스마인을 거쳐 시티 센터로 가는 15b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동네가 참 예쁘다, 여기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살고 있다니 운이 좋은 것 같다.


라스마인에 있는 스완 레져 센터 전경. 들어가자마자 수영장이 있다. 구글맵 스트리트뷰 캡쳐

라스마인이 정말 좋은 이유는 알디, 리들, 테스코라는 아일랜드의 가장 유명한 마트 3개가 한 데 모여있는 것은 물론, 수영장이 포함된 피트니스 센터인 스완 레져 센터(Swan Leisure Centre)가 있기 때문이다. 걸어서 딱 8분 거리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로 수영을 다닌 지 일주일이 지났다. 아일랜드에 오면 꼭 운동을 꾸준히 하리라며 한국에서 사온 수영복을 매일 입고 멋진 복근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과연..?)


수영장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아이리쉬타임스에 있는 사진 인용. 왼쪽에 보이는 곳이 락커와 탈의실이다.그 앞에 샤워할 수 있는 공간도 보인다.

처음에는 약간 문화 충격이었다. 이 수영장에는 일단 기본적으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남녀 구분 탈의실이 없다. 처음 수영 1일권을 구매하곤 직원이 '왼쪽에 들어가면 탈의실이 있고 락커가 어디 어디에 있고...'를 설명할 때 도대체 저걸 왜 설명하나 싶었는데 들어가고 나서야 설명의 정체를 알게 됐다.


게이트를 통과해서 들어가면 눈 앞에 바로 칸막이 탈의실이 나온다. 그렇다. 해수욕장 가면 있을 법한 그런 1인용 탈의실 말이다. 그 안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후 바로 건너편에 있는 락커에 50센트 혹은 1유로를 넣고(물론 돌려 받는다..!) 내 소지품을 보관한 후 바로 옆에 있는 25m 짜리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면 된다. 수영이 끝난 후 샤워는? 풀 바로 옆에 마련된 오픈된 샤워기 앞에서 적당히 씻고 나오는 것이 전부다. 즉, 어디에서도 나는 알몸인 상태의 내 몸뚱아리를 대중에 내놓지 않는다.


처음에는 큰 문화 충격이었는데 지금은 이게 더 낫다는 생각이다. 일단 외향에 따라 누군가를 이분화된 성별로 구분하고 판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국 같은 경우에는 수술을 했건 아니건 트랜스젠더가 수영장을 가기란 매우 어렵다. 본인 스스로를 주어진 성별로서 생각하지 않는데 어떻게 감히 생식기 모양으로 성별을 구분하고 획일적으로 나눈 공간에 가 옷을 훌러덩 벗고 편하게 본인의 운동 시간을 보내고 올 수 있겠나.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다리가 한 쪽 없는 할아버지가 수영장에 온 것을 보곤 시민들의 접근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깨달았다. 다수를 정상으로 규정하고 틀 밖의 사람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한국 사회에서는 감히 장애인이 수영장에 올 생각을 하지 못하는데 말이다. 할아버지는 휠체어를 타고 왔고 수영장에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수영장에 옮겨주는 커다란 기기가 있었다. 그 할아버지는 정말 아무 문제 없이 수영장에 들어와 다리 한 쪽만으로도 충분히 본인의 수영을 즐기다 갔다.


수영장은 딱 6칸으로 나뉜, 길이 25m 풀이 전부다.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아침과 밤 시간을 제외하고는 3분의 1 정도는 칸막이를 올리고 얕은 풀장과 깊은 풀장으로 나눠둔다. 칸막이는 따로 설치하는 것이 아니고 바닥에 설치된 기기를 버튼으로 조작해서 올리고 내리고 하는 식이다. 칸막이가 없이 전부 25m 레인으로 된 경우에는 가장 먼 쪽이 1.8m로 깊은데 절반으로 나누게 되면 작은 풀장의 높이를 조절해서 0.8~1.2m 높이로 유지해둔다. 그곳은 아동들이 수영을 하거나 어르신들이 아쿠아로빅을 하는 곳으로 주로 활용된다.


전반적으로 수영장 전체가 최적의 공간 활용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일단 탈의실이 따로 없으니 방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고 수영장도 공간 구분에 따라 활용하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아주 작고 여러모로 다른 점 때문에 누군가는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굉장히 만족하며 다니고 있다. 하루에 6.50유로, 멤버십은 3개월부터 가능하며 150유로, 6개월 250유로다.


라스마인 도서관 건너편에 있는 작은 전시장 앞에서. 크고 빨간 대문이 인상적인 공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본인의 불감증을 털어놓을 수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